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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갤러리’ 박영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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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갤러리’ 박영숙 대표
기대주들 발굴하는 사진계 대모안목있는 콜렉터 키우기도 힘써
3월2일까지 화랑 1주년 기념전 “의미 있지만 낯선 사진들은 자꾸 보면서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개관 1주년 기념전 ‘은여우 프로젝트’를 앞둔 서울 소격동의 사진전문 화랑 트렁크갤러리 박영숙(67) 대표는 조금 착잡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구성수, 구성연, 김희정, 박현두, 방명주, 신은경, 이민호, 이정, 이정록, 정은정 등 젊은 작가들이 실험적인데다 썩 알려진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몇몇 유명한 작가 작품만 팔리고 안그런 작가들은 고전하는 편입니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물위-물아래’이라고 구분한다. 그가 정한 작품값의 물 위-아래 구분선은 300만원이다. 물위 작가로는 구본창, 배병우, 김아타, 김준 등 선두그룹이 높은 가격대를 이루고 그 다음에 정연두, 백승우, 박형근, 데비한 등은 가격이 막 치솟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는 치고 올라올 법도 한데 그렇지 못하고 “물 아래에서 와글와글하는,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성장해주어 고마운 작가들”이다. “이번 작가들은 미학적 배경이 있고 튼튼한 자기형식을 갖췄어요. 이들을 키워내야 사진계가 발전합니다.” 1년 전 손자 궁둥이 두드릴 나이에 사진화랑계에 덥쑥 뛰어든 박 대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진계의 대모. 임응식을 1세대로 하고 요즘 30대 작가까지를 4세대로 나눈다면 2세대와 3세대 중간쯤에 해당하는 작가다.
남성판인 사진계에서 고군분투했던 그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차례에 걸쳐 ‘미친년 프로젝트’로 여성을 미치게 하는 한국사회를 고발한 여성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사전전문 화랑이 희소한 마당에 사진전문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은 그에게 또 하나의 사진 운동이다. 그가 생각하는 자기 역할은 두 가지. 될성부른 작가를 발굴해 일반인에게 반복 노출시키고 콜렉터의 안목을 높이는 것. 그런 탓에 박 대표는 평소 방문객에게 작품 설명과는 별도로 열정적인 사진강의를 한다. 될성부른 콜렉터한테는 사진에 관한 책을 사서 안긴다. ‘은여우 프로젝트’ 역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집 날릴 각오로 했는데, 이자, 임대료 밀리지 않고 버텨요. 아직 같이 일하는 며느리 월급은 못 주고 있지만….” 트렁크는 3년은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1년 만에 사진전문 갤러리로 자리를 잡았다고 자평한다. 그동안 젊은 작가들이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와 평을 구하고 화랑·미술관 기획자들이 전시작가들의 눈도장을 찍고 갔다. 또 무슨 작품을 살까요, 라며 자문을 구하는 콜렉터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것은 작가에 대한 후원이고 투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내 눈이 옳았어’라고 생각할 거예요.” 사진운동과 상업적 화랑의 중간지대에 머무는 게 아무리도 어색한지 그는 “다 늙어 꼴불견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끝말까지 사진강의다. “회화는 공간을 축소시키지만 사진은 확장시켜요.” 전시회는 3월2일까지 계속되는데, 이웃한 갤러리 예맥에서도 28일부터 같이 전시한다. 21일 오후 5시에는 가수 한영애씨가 와 흥을 돋운다. (02)3210-1233.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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