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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5 18:39 수정 : 2008.01.25 18:39

카라얀

카라얀 탄생 100주년 맞이 음반계 대결

클래식계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은 여전히 가장 논쟁적인 이름이다. 수천억원의 유산을 남길 만큼 뛰어났던 돈벌이 감각은 그의 음악적 성취를 깎아내리는 근거로 사용되며, 34년 동안 베를린필을 호령했던 가공할 카리스마는 성공을 위해 나치에 입당했던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 생전의 그가 즐겼던 자동차 경주와 비행기 조종, 요트와 승마 등 속도를 위주로 하는 취미에는, 유난히 경쟁심이 강했던 그의 ‘전진’에 대한 열망이 배어 있다.

‘지휘의 신’이라는 찬사와 ‘곡마단의 원숭이’라는 비난을 한몸에 받는 카라얀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100주년을 맞아 클래식 레이블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란 딱지’ 도이치그라모폰(배급사 유니버설)과 ‘빨간 딱지’ 이엠아이클래식(배급사 이엠아이)의 자존심 대결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EMI는 159장짜리 ‘전집’ 등 음원 총동원
그라모폰은 미공개 실황 등 ‘영상’에 주력

■ ‘노란딱지’와 ‘빨간딱지’의 대결=카라얀의 음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쪽은 그라모폰이다. 이엠아이가 시디 159장에 1000시간 분량을 갖고 있고, 그라모폰은 이보다 두 배 정도를 갖고 있다. 카라얀, 하면 노란 딱지가 떠오를 정도다. 그러나 카라얀 탄생 100년을 맞아 공세적으로 나오는 쪽은 이엠아이다. 이엠아이는 카라얀이 자사에서 녹음한 모든 음원을 모조리 재발매하기로 했다. 먼저 시디 159장짜리 〈이엠아이 카라얀 전집〉은 그 방대함이 압권이다. 한국에서는 오케스트라편(88시디) 200세트와 오페라·보컬편(71시디) 100세트가 수입 판매될 예정이다. 시디 8장짜리 〈그레이트 레코딩〉과 〈베토벤 교향곡 전집〉(5시디)도 100세트씩 수입 판매된다. 2장짜리 〈카라얀 레전드〉는 국내에서 라이선스로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다. 모두 2월에 발매할 예정이다.

그라모폰은 영상에 주력한다. 올 상반기 안에만 디브이디 8종을 출시한다.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 마스카니 〈시골의 기사도〉 등 오페라와, 브람스 교향곡 1~4번, 브루크너 교향곡 8번과 9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음반은 지난해 말부터 〈마스터 레코딩〉이라는 이름의 10장짜리 세트를 판매 중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잘츠부르크 공연실황(3시디), 안네 소피무터와의 협연물로 채워진 5장짜리 세트, 그리고 〈카라얀 교향곡 에디션〉(35~36시디)도 발매 목록에 들어 있다.

■ 클래식 음악의 산업혁명=카라얀의 인생은 그 자체로 클래식 음반산업의 역사다. 1946년, 이엠아이의 프로듀서 월터 레그와 카라얀의 만남은 ‘클래식 음악의 산업혁명’이라 이를 만하다. 녹음 전문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를 만든 월터 레그는 지휘자를 찾고 있었고, 나치 경력으로 연주가 금지됐던 카라얀은 재빨리 기회를 잡았다. 푸르트벵글러를 비롯한 당대의 지휘자들이 녹음과 편집을 경멸했지만, 카라얀은 녹음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저장매체 시디의 녹음 시간을 정한 것도 카라얀이었다. 82년 시디를 개발한 필립스와 소니는 카라얀에게 녹음 시간을 얼마로 정할까 물었고, 카라얀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74분 정도이니 그 정도는 한 장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시디 녹음 시간은 74분으로 정해졌다.

카라얀은 이엠아이와 그라모폰을 오가며 수많은 음반을 냈다. 에스피와 레이저디스크까지 포함하면 생전에만 1억1500만장을 팔아치웠다. 그라모폰과 이엠아이는 카라얀을 가운데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아니, 카라얀이 둘의 경쟁을 부추겼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따로 소속사를 두지 않고 높은 값을 부르는 쪽과 작업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 카라얀학의 이분법=이른바 카라얀학(學)에서는 ‘초기=우수함, 후기=나쁨’이라는 이분법이 통설로 존재한다. 아무래도 초기 녹음이 패기가 있고, 공을 들인 작품도 많은 반면, 후반에는 독선적인 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후기 녹음 중에도 수작이 많은 게 사실이다. 더구나 초기보다 후기의 음질이 좋은 것은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크게 보아 초기 카라얀 음원은 이엠아이에 많고, 중·후기는 그라모폰에 많지만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기가 겹치기도 하고, 같은 시기라도 음반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은 팬의 몫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유니버설 제공

■ 카라얀 10대 명반

베토벤, 교향곡 전곡(DG 463 088-2GB5)

1987년 빈 신년음악회 (DG 477 6336GGP)

제2빈악파 음악 모음집

(school DG 457 760-2GOR)

슈만, 교향곡 전곡(DG 429 672-2GSK2)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EMI 567061-2)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EMI 769319-2)

푸치니, 나비부인(EMI 556298-2)

리하트르 슈트라우스, 엘렉트라

(Orfeo C298 9221)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DG 439 036-2GHS)

시벨리우스, 교향곡 4~7번

(DG 457 748-2GOR2)

※클래식전문지 〈그라모폰〉 추천 ( )안은 레이블 및 제품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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