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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1 19:32 수정 : 2008.02.01 14:02

뮤지컬 ‘나인’

뮤지컬 ‘나인’

남자의 인생에서 여자는 뭘까. 남자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 양육되고, 성장해선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2세를 얻기 위해서도 ‘그녀’가 필요하다. 심지어 남자 예술가들은 예술적 영감과 구원마저 여성에게서 구하려 한다. 괴테, 피카소, 브레히트처럼(참 뻔뻔하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자전적 영화 <8과 1/2>을 뮤지컬화한 <나인>은 바로 그런 이기적인 남성 예술가의 이야기다. 무력감에 시달리는 바람둥이 영화감독 귀도는 신작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달의 분수가 있다는 스파-달과 물은 여성의 상징이다-로 도망치지만, 줄줄이 애인들이 도착하고 그 온천장에서 영화를 만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현실과 성적 판타지를 넘나들다 자신의 트라우마인 아홉살 시절의 성적 경험을 반추하고 과거와 화해, 다시 인생으로 복귀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영화는 새로운 창작을 앞둔 펠리니 자신의 무의식과 혼란을 깊이 있게 조명한 모던한 흑백영화로, 작품 제목도 아홉번째 작품으로 완성되지 못하여 불안정한 <8과 1/2>이다. 그러나 반올림을 시도한 뮤지컬 <나인>은 브로드웨이식 공정 과정을 거치면서 원작의 틀은 유지하지만 초점을 남녀관계로 모으고, 쇼의 특성을 과시하면서 뮤지컬적 완성도를 강조하였다.

뮤지컬 ‘나인’

뮤지컬 ‘나인’

덕분에 한국에서 초연되는 <나인> 역시 부드러운 관능미와 화사한 스펙터클로 출렁거린다. 무대 위의 유일한 남성인 귀도와 그를 에워싼 열다섯 명의 아름다운 여배우들, 그 여배우들은 귀도를 돕는 능숙한 조연이고 화음을 넣는 부드러운 코러스이며 육십 년대 스타일의 미니스커트부터 17세기식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패션 퍼레이드와 쇼로 여성관객과 남성관객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극하는 무대 세트까지 되어 주었다.


최근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 등 굵직한 작품에서 완성도 있는 연출을 보여준 데이비드 스완은 <나인>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력을 보여준다. 뮤지컬로 바뀌면서 완화되긴 하였지만 여타의 단순한 뮤지컬과 비교할 때 과거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까다로운 구조를 잘 정리하였고, 색채를 절제하면서 화려한 쇼가 천박해지지 않도록 세련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문제는 귀도 역이 보여준 남성미의 부족이다. 소년시절에 성장이 멈춘 듯한 황정민이나 심약한 예술가로 보이는 강필석의 귀도는 나름 타당성이 있었지만, 열다섯 명의 화려한 여배우를 열광시키기엔 역부족이었고 원미솔의 지나치게 웅장한 연주 역시 귀도의 약한 카리스마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덕분에 귀도가 무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주눅 들린 듯한 이미지? 그것은 여러 가지 장점과 볼거리를 갖춘 이 공연의 만만치 않은 결함이다.

뮤지컬 ‘나인’

김명화/연극평론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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