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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훌(wHOOL) ⓒ 한겨레 블로그 서쪽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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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 그럼 신나게 한판 놀아볼까요?”
“와~!” 5명의 사내들이 꽉 채운 무대가 금세 들썩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악기 구성이 예사롭지 않다. 태평소, 신시사이저, 전자드럼, 꽹과리, 베이스가 늘어서 있다. 이른바 퓨전국악밴드의 면모인가? 때때로 태평소에서 피리로, 꽹과리에서 장구, 북으로 바뀐다. 거문고도 등장한다. 계절에 맞게 ‘1월의 정기’라는 곡으로 문을 연다. 사물놀이의 ‘비나리’를 모태로 했다는데, 그 흥이 사물놀이 못지않다. 아니, 더 흥겹다. 꽹과리를 치던 보컬이 판소리인 듯, 랩인 듯, 신나게 내뱉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판소리와 서양의 랩은 맞닿아 있는 듯도 하다. 흥얼거림이 끝나자 베이스를 치던 사내가 후렴구 노래로 맞받는다. 아, 저 비니 쓴 베이시스트, 아까 메뉴판을 주던 그 사내다. 관객 모두가 고개를 까딱이며 춤을 출 정도로 경쾌한 ‘신나는 파티’, 애잔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하는 발라드 ‘같이 있는데’까지 이어지고 잠시 브레이크 타임이다. 사람들이 다시 떠들고 먹고 마신다. 밴드 멤버들이 술상 사이사이로 스며든다. 다시 무대 위. 피리와 건반 주자 둘뿐이다. 잔잔한 건반 소리에 이어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색소폰 음색보다 더 애달프다. 우리네 피리 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웠다니. ‘여성은 꽃이라네’, ‘심장에 남는 사람’ 등 북쪽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선보이더니 “올해 평양 공연도 예정돼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오늘 특별한 날 맞으신 분 계신가요?”
“저요~!”
저쪽 가족이 함께 온 무리에서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든다. 꼬맹이 생일이다.
“우리 다같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요.”
앞에서 건반으로 반주를 시작하자 관객들이 다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이 공간의 사람들은 이미 단순한 관객 차원을 넘어 공연의 한 주체가 된 듯하다. 장엄한 테크노 음악처럼 편곡한 궁중음악 ‘수제천’에 이어 앙코르 곡 ‘블루스 훌’까지 연주하고 나니 어느덧 밤 10시다. 무대에서 내려온 리더의 얼굴이 땀으로 흥건하다. “우리 음악은 장르가 없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 공연장을 나오면서 든 생각.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섞었다는 것만으로 이들을 설명하는 건 부족하다. 우리네 음악의 신명과 서양음악의 그루브(흥)와의 만남. 그 흥겨움의 극대화를 위해 장르도, 국적도 가리지 않는다. 훌륭한 음악은 진정 세계를 아우르는 언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을 대표할 선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밴드 ‘훌(wHOO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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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훌(wHOOL) ⓒ 한겨레 블로그 서쪽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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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훌(wHOOL) / 한겨레 블로그 서쪽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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