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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7 19:49 수정 : 2008.02.17 19:49

사진작가 채경 첫 개인전

사진작가 채경 첫 개인전

노트북PC 등 찍어 족자에 담아
아예 수묵화 속에 녹아들기도

“엑스레이가 또 다른 빛인 것처럼, 엑스레이 사진도 또 다른 사진이에요.”

사진작가 채경 첫 개인전
맞는 말이다! 방사선과 의사가 그런다면 그러려니 할 터인데, 사진가가 그러니 “그것 참”이다. 작가 채경(28)씨가 ‘오리엔탈 엑스레이’라는 제목으로 여는 첫 개인전(신한갤러리, 13~23일)에는 수묵화로 그린 기계의 평면도 같은 것들이 길다란 족자에 담겼다. “이게 뭐지?” 하고 뜯어보면 전화기·노트북컴퓨터·신용카드·브라운관·손전화 등을 엑스레이로 찍은 이미지란 걸 알 수 있다. 플라스틱·금속 등 소재의 무른 정도와 두께, 또는 겹침에 따라 짙은 정도가 다르다. 햇빛의 세기로 명암을 인식하는 데 익숙한 우리한테 엑스레이 사진은 한차례 번역이 필요하다.

“엑스레이를 처음 발견한 당시 엑스레이 사진은 유희였어요. 퀴리 부부는 거리낌없이 자신의 뼈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들 것도 찍어주면서 놀았어요. 나중에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게 밝혀지고, 물질을 투과하는 성질 때문에 의료용으로 가둬진 거죠. 만일 우리 곁에 계속 머물렀다면 예술적으로 발전했을 거예요.”

채씨는 병원에 갇힌 엑스레이 사진을 거리로 풀어놓은 해방자를 자처한 셈이다. 사진과 회화, 동양과 서양, 현대와 전통을 버무린 퓨전장르의 형태로. 렌즈가 긴 카메라는 옛 호롱불, 노트북 컴퓨터는 미래 도시, 이어폰과 리모컨이 연결된 미니디스크재생기는 링거를 꽂은 외계 생물처럼 보인다. 아예 수묵화 속으로 들어간 것도 있다. 나무에 앉은 부엉이 옆에는 엑스레이로 찍은 휴대폰이 같이 앉았고, 컴퓨터 마우스는 독수리가 발톱으로 붙잡은 쥐가 되었다.

“허리 이상으로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찍은 저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수묵화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그 뒤 아예 병원에 눌러붙었다. 마침 병원에 지인이 있어 방사선실에서 몇 달씩 기계 조작법을 배우고, 피사체의 특성에 따른 감광 기술을 익혔다. 엑스레이 카메라는 사람 뼈에 맞춰져 있어 ‘별난 피사체’를 찍을 때마다 알맞게 값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송죽이 상징하는 절개를 붓으로 구현하는 것처럼 기계의 속을 보여주면서 현대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다음 작업 역시 당돌하기는 마찬가지다. 달걀 속에서 병아리로 되는 도중에 부화를 중단시킨 ‘곯은 달걀’ 시리즈다. 사람들이 보양식으로 즐긴다는 그것.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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