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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쏘는 헤라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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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생애 걸친 조각·데생 123점
단순미학 속 힘·생명력 넘쳐
‘스승‘ 로댕과 작품 비교 해볼만
■ ‘활 쏘는 헤라클레스’전 6월8일까지
완강한 어깨에서 뻗어나간 왼팔 끝에 활이 고정돼 있고 오른쪽 손 끝에 한껏 당겨진 시위가 팽팽하다. 활과 직각으로 교차하는 어깨 위에 얹힌 두상. 전사의 표정은 불타는 듯한 눈매, 우뚝한 콧날, 툭 불거진 광대뼈에서 드러나고 아래쪽 바위를 딛은 오른쪽 무릎과 왼쪽 발에서 역학적으로 숨어있다.
부르델의 ‘활 쏘는 헤라클레스’다.
로댕, 마이욜과 함께 세계 조각사의 전설이 된 부르델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회 ‘활 쏘는 헤라클레스-거장 부르델 전’이 서울시립미술관(02-724-2408)에서 6월 8일까지 열린다. 조각 75점, 데생 48점. 초창기 1885년부터 만년기 1923년까지 전생애에 걸친 작품이 고르게 들어왔다. 높이 148㎝의 대형작품인 <활 쏘는 헤라클레스>(1909년)가 전시장을 압도하고 <한니발 최초의 승리> <과일> <사포> 등 2m 이상의 대형조각이 우뚝하다. 또 <몽토방 기념비> <알베아르 장군 기념비> 등 기념비 작품, 그가 존경한 베토벤 시리즈 8점도 한 코너로 구성돼 있다.
1861년 브랑수 남부도시 몽토방에서 태어나 1884년 파리로 간 부르델은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업을 받았고 1893년 로댕이 운영하는 공방의 보조 조각가가 된다. 1908년 그곳을 그만두고 독립하기까지 15년 동안 로댕한테서 조각을 배웠다. 부르델의 작품에서 로댕과 무엇이 같고 다른가를 변별하는 시작점이다.
로댕은 끊임없는 데생을 기반으로 순간적인 움직임에 주목했다. 짧게 머물다 간 사랑의 안타까움을 표현한 <떠나가는 사랑>(1881~1887)이 대표적. 1900년 무렵 제작된 부르델의 <연인들 혹은 파도>, <볼루빌리스에의 입맞춤>은 그 영향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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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혹은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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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1902~1911), <활 쏘는 헤라클레스>, 샹젤리제 극장의 부조(1912)에서는 인체를 선과 면, 덩어리로 표현하고 이는 묵직하고 거친 바위에 의해 더욱 도드라진다. 그럼으로써 그의 작품은 꼭 있어야 할 본질적인 구성요소로만 이뤄진 건축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과일>의 경우 나른하게 휘어진 여인의 몸매나 손과 머리의 도형화한 사과에서 그런 경향이 엿보인다. 베토벤 연작, <밤> 등에서 단순화의 극에 이르지만 추상의 문턱에서 멈춘다. 그의 작품에서 또 한 가지 두드러지는 것은 영웅주의. 영웅 교향곡의 베토벤 연작은 물론 아르헨티나 알베아르 장군, 폴란드 아담 미키에피츠 등 전쟁영웅 기념비 등이 그 예다. 훗날 파시즘과 공산주의와 관련해 해석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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