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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산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 제작의 세 주역. 왼쪽부터 작곡가 윤정인, 연출·제작자 이상원, 작가 이성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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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상 최다관객·중국 공연까지
13일부터 대학로서 중앙무대 도전장 노래가 끝난 뒤 만화방 주인 장봉구 역의 김현규(65)씨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시즌3를 오늘로 마치고 서울로 공연하러 가니까 서울에 있는 친지나 친구에게 전화 마이 주이소. 서울에서 공연 잘하고 대구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객석에서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대구를 휩쓴 토종 창작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가 서울 나들이를 한다. 13일부터 4월2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공연한다. 모든 문화가 서울 중심이고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가 큰 한국 공연계에서 지역 뮤지컬이 공연 메카인 대학로에 진출하는 것은 실로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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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미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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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끼리는 ‘위험한 역주행’이라고 말하지예. 이미 시작은 했고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최선을 다해야지예. 우리 배우들도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길끼고.” 제작사 뉴컴퍼니 이상원(48) 대표는 “기대 반 걱정 반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서울에 간다”며 “그런 위험이 있어야 무언가 결과도 크게 나오지 않을까”라고 되묻는다. <만화방 미숙이>는 대구 변두리 만화방을 무대로 소시민들의 훈훈한 삶의 모습과 가족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예비역 육군 상사로 만화방 주인인 홀아비 장봉구와 삼남매 미숙, 미원, 미소가 사채업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놓인 만화방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과 그 속에 싹트는 사랑을 보여준다. 김밥 행상 조여사, 바보 달봉, 분식집 노처녀 명자, 사채업자 바우와 똘마니 등이 투박한 대구 사투리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겹게 그려낸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작곡가 윤정인(33)씨의 곡들과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로 여기게 되는 작가 이성자(35)씨의 이야기가 황금콤비를 이뤄 대구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배우들이 끊임없이 관객과의 소통을 꾀해 관객들이 함께 참여한다고 느끼게 만든 것도 성공의 비결로 손꼽힌다. 작가 이씨는 “연극을 전혀 모르고 저를 연극나부랭이나 하는 정도로 취급하던 친척들이 표 부탁을 해오더라”고 웃었다. 연출을 맡은 이상원 대표는 “작품을 보고 나서 인식이 바뀌고 행동 변화까지 일으키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연을 보고 아버지가 생각나서 호빵을 사가 ‘아빠 드세요’라고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저게 안 하던 짓을’ 하게 만들고(웃음). 저희가 서울에 진출하는 것이 대구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뮤지컬 창작에 힘이 되어주고, 서울과 지방의 심리적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 진출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 <만화방 미숙이>에겐 최근 또 다른 희소식이 생겼다. 올 여름께 16부작 텔레비전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송을 타게 될 것이라고 작가 이씨는 귀띔했다. (02)6408-9507. 대구/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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