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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전시회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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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전시회 ‘길 위에서’
강렬한 색채로 다가온 여행느낌한지·나무판에 아크릴로 그려
“어릴적 색 경험 되살아나 <지리부도>를 끼고 산 시골아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면 정말 홋카이도야! 킬리 킬리 킬리만자로!” 땅이름을 이용한 주문놀이가 시들해지자 책벌레가 됐다. 사르트르, 카뮈, 레마르크, 도스토옙스키, 모파상, 앙드레 지드, 하인리히 뵐, 다자이 오사무, 이노우에 야스시, 모리 오가이, 엔도 슈사쿠…. 환상을 즐기던 그 중학교 2학년짜리가 40년 세월을 넘어 전시회를 연다. ‘길 위에서’라는 제목으로 갤러리현대(02-734-6111~3)에서 26일까지. 그는 그 세월 동안 미대생, 미술관장, 미대학장을 거쳤고 10년 동안 바보처럼 ‘바보예수’를 그렸고, 또 다른 10년 동안은 ‘생명의 노래’를 불렀지만 돌고 돌아 다시 중학교 2학년 원점이다. 불타는 석양의 가을강, 선홍빛 와인 잔 너머로 날리는 눈발, 애잔한 색소폰 소리, 보랏빛으로 이동하는 이역의 구름, 햇빛에 반짝이는 카리브, 끝 간 데 없는 연둣빛 풀밭, 조용히 흔들리는 숲, 오래된 바닷가의 찻집…. 한지 또는 나무판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들. 전시회는 환각을 찾아 라틴아메리카를 다녀온 화첩인 셈이다. 꽃뱀 같은 닭, 팬티만 걸친 소년, 버섯 같은 나무, 닭벼슬을 닮은 선인장, 다섯 손가락 야자수, 딱총 같은 물고기…. 화가의 눈을 거친 남미 자연물은 하나같이 패턴화해 있다. 긴 세월 대를 이으면서 양식화한 민화처럼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이다. 쉰여섯 화가의 붓과 색감은 옛 시절로 돌아가 있다. 당연히 원근법이 소멸된 공간이다. “남미에 가보니 삶 자체가 강렬한 색채 잔치더군요. 미술관의 그림 속 색채가 밖으로 튀어나와 집, 담, 옷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짙푸른 산천, 새빨간 산닭, 붉은 진달래, 보랏빛 자운영 등 어려서의 색경험이 함께 되살아나더군요.” 현지에서의 충격이 기억회로를 거친 색감각을 불러냈고 그것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색인 중간색이나 무채색이 아니라 원시의 강렬한 새빨강, 샛노랑, 새하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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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전시회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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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전시회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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