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5.01 21:24 수정 : 2008.05.01 21:35

저소득층 청소년 대상 ‘기적의 음악교육’
지휘자 곽승 ‘엘 시스테마’ 활동 화제

“이젠 우리도 엘 시스테마 같은 프로그램을 배워야 할 시점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부잣집 아이들만 음악을 하는 현실을 바꿔 음악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영구적 방식이 필요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엘 시스테마’가 한국에도 상륙하는 날이 올 것인가. 최근 국내 대표적 지휘자인 곽승 전 서울시향 지휘자가 10여년 동안 베네수엘라의 독특한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에 활동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곽 지휘자는 오는 23일부터 6월1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1회 ‘성남 국제 청소년 관현악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해, 국내에도 엘 시스테마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적극 제안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클래식 교육의 혁명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엘 시스테마는 그동안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구스타보 두다멜
엘 시스테마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30여년 전 베네수엘라의 정치인 아브레우 박사가 도시 빈민층이나 가난한 농가 출신 청소년들을 불러모아 무료로 악기를 쥐여주고 클래식을 가르치며 시작됐다. 마약과 폭력 등 탈선에 노출되어 있던 청소년들은 음악과 함께 바뀌기 시작했고, 이들이 자라면서 150여개가 넘는 어린이·청소년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엘 시스테마가 세계 음악계에 충격을 주게 된 것은 약관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교향악단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이들의 놀라운 실력에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감탄하면서 이들을 키운 엘 시스테마란 교육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주목받은 것이다.

곽승
두다멜 역시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마약이나 폭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친구들을 구원해 준 것은 음악이었다”고 훗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스물여섯 살에 불과한 두다멜을 차기 지휘자로 선정하면서 두다멜과 엘 시스테마는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다.

엘 시스테마는 비록 물려받은 낡은 악기를 쓰고 사람이 많다 보니 선후배가 서로를 지도해 가며 공부하지만, 열정과 실력이 클래식 강국 못지않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열정에 감복해 로린 마젤,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엘 시스테마에 참여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곽승 지휘자는 지휘자 에두아르도 마타의 소개로 1992년부터 엘 시스테마에 참여하기 시작해 해마다 베네수엘라를 오가며 베네수엘라 청소년을 가르쳐왔다. 지휘자 마스터클래스에서는 두다멜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천재성이 대단했다. 두다멜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배우다 보니 재능 있는 인재들이 전국에 깔려 있다”고 부러워했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살아 있어요. 부잣집 아이들만 음악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가면 진짜 음악을 할 마음이 다시 생기는 기분입니다.” 곽 지휘자의 말이다.

클래식 변방 베네수엘라를 바꾸며 세계를 놀라게 한 ‘클래식의 기적’ 엘 시스테마는 이제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으로 퍼져가며 제2, 제3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로이터 뉴시스, 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