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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9 18:37 수정 : 2008.05.29 18:44

어느새 힙합계 맏형이 된 그룹 부가킹즈. “들으면 힘이 나는 긍정적인 음악”이 목표다. 왼쪽부터 간디, 바비 킴, 주비트레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년반 작업한 3집 ‘더 메뉴’ 내놔

부가킹즈? 누구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바비 킴은? 아하, 그 힙합 맨! 바비 킴(36)에게 붙는 ‘힙합의 대부’라는 수식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그가 새 음반을 냈다. 그런데 ‘바비 킴’의 음반이 아니라 그룹 ‘부가킹즈’의 음반 <더 메뉴>다. ‘바비 킴의 부가킹즈’가 아니라 ‘부가킹즈의 멤버 바비 킴’으로 기억해 달라고 말한다.

사실 바비 킴은 2001년부터 힙합 그룹 부가킹즈 멤버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2004년 솔로로 낸 <고래의 꿈>이 이른바 ‘대박’을 치면서 바비 킴만 유명해졌다. 부가킹즈는 이번 음반으로 그동안 ‘바비 킴’이란 이름에 가려졌던 그룹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남부 힙합·레게 박자·업템포…
세 캐릭터 살려 녹음에만 1년

이번 음반은 준비하는 데만 2년6개월이 걸렸다. 멤버 주비트레인(31), 간디(33), 바비 킴 저마다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싶어 익히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당연히 음반은 색깔과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주비트레인은 아직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거칠고 느릿한 남부 힙합을, 바비 킴은 레게 박자와 멜로디가 살아 있는 곡을, 간디(33)는 리듬감 있는 업템포의 곡과 하우스 음악을 좋아한다.

멤버들의 나이(?)가 나이니만큼 10대 취향의 힙합이 아니라 삶의 느낌이 묻어나는 힙합이 음반의 주조를 이룬다. 바비 킴은 “여러 층과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 한다. 가사도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술자리처럼 대화하는 것 같이 솔직히 썼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솔직하게 가사를 쓰는 바람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곡도 생겼다. “힙합에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원더걸스가 불렀어 봐. 시커먼 남자 셋이 부르니까 그런 거지.” 옆에서 주비트레인이 웃으며 반론을 폈다.


부가킹즈는 음악에 ‘취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룹이다. 숨소리 같은 비트에 생활 속 희로애락이 녹아드는 가사를 쓴다. “저희가 쓴 랩 가사를 100% 이해해 주는 분들이 있어요. 팬레터나 미니홈피에 글을 남겨주시는 팬들뿐 아니라, 블로그 같은 데서 그런 말을 볼 때 정말 신나요.”(주비트레인) 갑자기 웬 블로그냐고 묻자, 멤버들은 “실은 ‘부가킹즈’로 열심히 검색해 본다”고 실토했다.

검색 결과 ‘부가킹즈=술’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확인돼 좀 걱정스럽단다. “오늘도 술로 밤을 채우고~”(<틱택토>)와 같은 가사로 인기를 누렸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번 음반 내고 ‘아, <틱택토> 들으니까 술 당긴다’라고 쓴 17살 학생의 글을 인터넷에서 봤어요. 인터뷰하는 김에 말해야겠네요. 술은 성인이 되어서 드세요~.” 그렇지만 이번 음반에도 <우주 라이크> 같은 노래에 또 술 이야기가 들어갔으니 팬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2년반 작업한 3집 ‘더 메뉴’ 내놔

푹 익은 삶의 여러 면과 공감
술 느낌? 음악에 취했답니다

<틱택토>의 “오늘도 술로 밤을 채우고~”라는 가사는 에스비에스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의 인기 꼭지 ‘나몰라 패밀리’의 유행어로도 유명하다. “저희는 오히려 고맙죠. 만나보니 우리도 다 까먹은 1집 노래까지 알더라고요.”(웃음)

새 음반에선 어느새 30대 중반이 된 이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아이고나 세상에 날 보고 아저씨래”로 시작하는 첫 곡 ‘엉클부가’가 그 증거다. “힙합은 젊은 음악이죠. 평균연령 25살? 언더그라운드 후배들은 더 어리고 …. 이번에 피처링한 가수 중에는 심지어 90년생도 있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지금까지 힙합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바비 킴) 주비트레인은 “같이 하면서 젊음을 얻는 것 같다”고 농반진반으로 좋은 점도 짚었지만, “음악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힙합을 들을 수 있는 데가 적다”고 후배 가수들을 걱정하는 간디의 말에선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사실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공연할 데가 없어졌어요. 클럽이 많아졌다지만, 공연 대신 장사를 하면 더 수익이 나는데 왜 굳이 공연을 시켜주겠어요.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인터넷으로 가고, 검증받지 못한 뮤지션들이 섞이게 되죠.”(주비트레인)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 싱글이 아니라, 정규음반을 낸 것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그들에게 남은 욕심은 모처럼의 콘서트에 최선을 다하는 것. 7월12일 서울 광장동 멜론악스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오스카이엔티 제공


바비 킴
1000곡 ‘피처링’…숨은 실력자 바비 킴

“원래 힙합은 디제이가 음악을 잘라내 붙여 새 음악을 만들고 엠시는 마이크를 잡아 랩을 덧붙이면서 만들어졌어요. 그런 방식 자체가 누구의 음악이라기보다 협동 작업이거든요. 또 거리에서 태어난 흑인음악이어서 자연스럽게 서로 패거리로 어울리면서 ‘패밀리’ ‘클랜’ 또는 ‘무브먼트’ 같은 것이 생겼어요. 친한 음악인들끼리 공동작업하면서 피처링을 하게 된 거죠.”

‘힙합 대부’ 바비 킴(사진)이 보유한 진기한 기록이 있다. 바로 다른 가수의 음반에 연주나 노래로 참여하는 ‘피처링’이다. 정확히 집계할 수 없지만 줄잡아 1천여곡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인 줄 몰랐을 뿐, 유명한 노래에 들어간 그의 목소리는 세기조차 힘들다. 엄정화의 <눈동자>와 윤미래의 음반 등 90년대 후반부터 2004년 솔로로 성공하기 전까지 바비 킴은 대중음악계의 숨은 실력자로 작곡과 피처링 요청에 응하기 바빴다.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의 공동저자 최지호씨는 “피처링 자체가 흑인음악의 주요한 특징으로 힙합에서 빼놓을 수 없다”며 “피처링이 단순히 목소리를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수들이 서로의 음악적 특성을 녹여내며 같이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때 피처링을 많이 했다는 것은 곧 가수의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유명 가수들이 듀엣으로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 화제였지만 힙합 문화가 퍼지면서 이제 세계적으로 흔히 ‘객원 보컬’이라고 부르는 피처링이 보편화됐다. 국내에서도 노래 제목 뒤에 피처링의 약자인 ‘feat.’가 붙는 경우가 흔해졌다. 힙합 전도사 노릇을 해 온 바비 킴은 이런 흐름을 이끈 주역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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