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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해금주자의 선두주자 꽃별. 꽃별은 “처음 해금을 시작했을 때 해금이 마치 사람 목소리처럼 나를 불렀다”고 한다. 사진은 9인조 퓨전국악 밴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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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과 쿠바·아프리카 민속음악 접목하고 싶어 당연한 얘기 같지만 공연에선 항상 라이브다. “요즘 퓨전국악하는 분들 중에는 녹음한 음원을 틀어놓고 공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녹음 연주를 틀면서, ‘이 때 긴 머리를 한 번 휘날려줘야지’라고 보여주려고만 하는 건 문제죠.” 다양한 음계를 표현할 수 있는 해금은 국악 크로스오버의 선봉에서 활약하는 악기다. “해금이야말로 ‘착한 악기’예요. 어떤 악기와 함께 해도 쉽게 어울리고, 그러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죠.” 그는 해금을 쿠바 음악, 아프리카 음악과 같은 리듬 강한 외국 민속 음악에 접목하고 싶단다. “해금을 가장 해금답게 하는 곡을 쓰고 싶어요. 아코디언이 탱고와 잘 어울리듯, 해금도 슬픔과 경쾌함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장르가 있을 거예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해금을 다정한 친구처럼 어루만졌다. 해금의 검은 옻칠이 수없는 손길에 붉게 바뀌었다. 해금주자들은 그런 변색현상을 ‘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연습벌레로 유명한 그가 10여년간 매만지며 피워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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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덤비지 말고 완성도 높여야죠 ■ 퓨전국악 밴드 1세대-그림 “당시만 해도 퓨전국악 밴드란 말이 없었어요. ‘공명’, ‘푸리’ 등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가야금이나 타악 앙상블이었지 저희처럼 대중음악인까지 합류한 종합 밴드는 아니었거든요.” 그림의 대표 신창렬(35)씨는 2001년 그림 결성 당시를 그렇게 회상했다. 퓨전국악의 효시였다고 할 수 있는 그룹 ‘슬기둥’의 음악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모여 인터넷에 연주한 음악을 올린 게 계기가 됐다. 처음 6명으로 시작한 밴드는 9명까지 늘었다가, 몇몇 멤버의 교체를 거쳐 지금은 7명이 됐다. 국악전공 4명에 기타, 베이스, 피아노 주자로 이뤄져 있다. 신씨는 “크로스오버, 퓨전국악이 이벤트성으로 전락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가 “퓨전으로 불리기보다 그냥 ‘그림’으로 불리고 싶다”고까지 한 데엔, 음악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 일회성 그룹 등의 범람으로 퓨전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것에 대한 반발과 거리두기가 깔려 있다. 전통 가미한 월드뮤직 추구…해외 콘서트 준비 “퓨전음악이라는 정의도 애매한데, 다 그렇고 그런 음악을 한다며 인식까지 안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그림은 까다로운 그룹을 자처한다. “초청해서는 유명 팝송만 연주해 달라고 하는 곳도 있어요. 건방지다고 할지 모르지만 거절하죠. 서양의 음악을 악기만 바꿔 연주한다고 그게 퓨전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악기마다 고유한 맛이 있어, 전통악기로 서양음악이나 현대음악은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대국악에 걸맞는 국악기 개량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입을 타기 위해 연주곡보다는 노랫말을 붙인 곡들을 선보일 생각이다. 전통음악을 가미한 월드 뮤직을 꿈꾸는 그림은 올 하반기에 중국과 일본에서 콘서트 계획이 잡혀 있다. 음원 뿐 아니라 공연물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꽃별 6월7~8일 오후 3시, 그림 6월21~22일 오후 3시. 2만5천~3만원. (02)751-1500.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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