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6 21:37
수정 : 2008.06.26 21:37
한국-스페인 조각가 3인 공동전
예술가들의 우정은 어떤 갈래가 가장 끈끈할까. 갤러리 반디(02-734-2312)에서 ‘교차된 시선’(7월2일까지)이란 제목으로 공동전시회를 여는 이들은 조각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국의 성동훈(42), 스페인의 안토니오 예사(55), 로버트 하딩(57)이 그들.
이들은 독일의 슈만 조각공원, 미국의 사막 프로젝트 등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면서 우정을 다졌다.
특히 성동훈씨가 주도하는 사막 프로젝트는 각국에서 온 맨손의 작가들이 일정 기간 사막에 머물면서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와 도구로 작품을 만드는 일종의 서바이벌 콘테스트. 10년 계획으로 이미 두 차례 행사를 치르면서 참여작가들 사이에 끈끈한 우정이 생겼다. 친구를 좇아 작품을 들고 낯선 한국에 왔을 뿐 작품 성향은 우정과는 별개.
돈키호테 연작으로 잘 알려진 성동훈의 이번 작품에는 코끼리와 개미가 등장한다. 코끼리 코끝에 코끼리가 앉아 있기도 하고, 개미 한마리가 구름·코끼리·인간 등을 떠받치고 있기도 하다. 작품은 근성의 산물. 언뜻 주물처럼 보이는 작품은 속이 비었다. 굵은 철사를 이어 붙여 용접한 뒤 굴곡면을 갈아내어 형태를 완성했기 때문.
안토니오 예사의 작품은 배와 빈의자, 하늘로 오르는 붉은색 계단 등 이야기가 담긴 게 특징. 선과 면이 어우러져 카툰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면서 쇠를 다루는 작업을 해 작품 속 소재들을 과학적으로 균형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로버트 하딩은 25살까지 남아공에서 살다 인종차별이 지겨워 스페인으로 옮겨간 ‘노마드족’. 씨앗·떡잎·새싹 등을 확대한 듯한 그의 작품에서는 생명에 대한 경의가 엿보인다. 처음에는 나무를 다루다가 쇠로 방향을 틀었다. 따뜻하고 차가운 물성의 차이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안진옥 갤러리반디 대표는 “국적과 언어가 다르지만 조각이라는 공통분모와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매료돼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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