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4 14:26
수정 : 2008.07.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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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민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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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잘 챙겨 나서면 지나간 시간들 넌지시 다가와
서울 북촌이라면 종로 위쪽,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동네를 이르는 말이다. 행정상으로는 소격동·삼청동·안국동·가회동·계동·재동·원서동 일대다. 조선 600년 세월이 풍경 속에 담긴 마을이다. 하지만 그 세월은 쌈지 속, 창호지에 싸둔 옥반지처럼 몇 겹 꺼풀을 벗겨야 제 모습을 보여준다. 대충 정보 없이 가면 ‘도대체 북촌이 어디야?’ 하고 돌아서야 한다.
올여름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북촌을 제대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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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매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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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찾는 이들이 즐기는 곳은 사간동~삼청동 길. 예쁜 화랑과 이름난 식당들이 많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금호·몽인·아트선재 등 미술관과 현대·국제·학고재·피케이엠·아라리오·공근혜갤러리 등 화랑들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코스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북촌스러울 뿐 북촌이 아니다. 이 코스에서 한꺼풀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진짜 북촌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북촌 박물관 나들이는 크게 보아 두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삼청동길과 나란히 산허릿길인 복정길을 따라 둥지를 튼 북촌 서쪽 박물관과, 가회동 11번지에 들어선 북촌 동쪽 박물관이다. 우선 북촌 서쪽 코스는 정독도서관 입구 왼쪽 골목 티베트박물관에서 시작해 장신구박물관, 토이키노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을 거쳐 금융연수원 뒤쪽 부엉이박물관으로 마무리된다.
북촌생활사박물관(02-736-3957)은 이경애 관장이 수집한 오리지널 북촌 생활용품들을 전시한다. 강남 아파트 바람이 불면서 그곳으로 옮겨가는 북촌 사람들한테서 나온 물건들로, 대부분 버려진 것이나 엿 바꿔먹은 것들을 알뜰살뜰 모은 것이다. 100년 넘은 놋대야, 저울, 양은그릇, 쇠절구, 석쇠, 주걱, 시루방석, 사기 밥그릇, 곱돌솥 등. 단박에 “이것 우리집에도 있던 건데” 하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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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골목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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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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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키노박물관(02-723-2690)은 손원경씨가 20여년 국내외에서 모은 장난감과 캐릭터 3만여점이 가득하다. 1관은 영화 캐릭터와 미국 장난감, 2관은 한국 고전 장난감과 일본 캐릭터다. 70년대 것부터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등 2000년대 캐릭터까지 망라돼 있다.
부엉이박물관(02-3210-2902)은 ‘부엉이 엄마’ 배명희씨가 30년 동안 모은 세계 각국의 부엉이들을, 장신구박물관(02-730-1610)은 세계 곳곳의 장신구 2천여점을, 티베트박물관(02-735-8149)은 ‘영혼의 나라’ 티베트의 물품을 모아 전시한다.
북촌 동쪽 코스에선 가회동 성당 맞은편 한옥마을에 자리잡은 서울닭문화관, 가회박물관, 한상수자수박물관, 동림매듭박물관과 원서동의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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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장신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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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닭문화관(02-763-9995)은 김초강 관장이 35년 동안 모은 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전시한다. 1층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닭모양 자기, 닭문양 접시와 주방용품 등을, 2층은 상여의 앞뒤에 장식했던 나무로 깎은 꼭두닭을 전시한다. “장례는 반상의 차별이 없는 의례로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상여를 이용한다. 상여 만들기나 상여 메기 역시 울력과 품앗이로 이뤄지는 나눔의 공간이다.” 김 관장은 꼭두닭은 사라진 우리 나눔문화의 전통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프랑스와 포르투갈에서도 닭은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해 볼 것을 권했다. 오전 10시~오후 6시.
가회박물관(02-741-0466)은 윤열수 관장이 수집한 민화·부적을 중심으로 한 민속자료 1500여점 가운데서 뛰어난 것만을 골라 전시한다. 특히 책거리·문자도·모란도 등 민화를 종류별로 감상할 수 있으며, 문틀 위에 붙였던 각종 부적을 볼 수 있다. 귀신 얼굴 기와를 탁본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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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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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미술관(02-766-6000)은 보물로 지정된 의겸등필수월관음도, 청량산괘불탱 등 전통 불교미술품 6천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4개의 전시실에 바꿔가며 전시하고 있다. 이 밖에 한상수자수박물관(02-744-1545), 동림매듭박물관(02-3673-2778)은 이름 그대로 자수와 매듭을 진열해 두고 있다.
북촌 서쪽 코스와 북촌 동쪽 코스의 박물관은 각각 1만5000원, 1만원짜리 관람권으로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대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고 월요일은 쉰다. 하지만 확인을 하고 가는 편이 좋다.
진짜 북촌은 박물관 발품을 팔고 나면 비로소 보인다. 곳곳에 제비집처럼 숨은 한옥과 좁은 골목길과 처마선 너머 보이는 인왕산, 남산, 그리고 푸른 하늘.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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