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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0 18:24 수정 : 2008.07.10 19:24

그림과 무대의 만남 ‘드로잉쇼’
10여개 작품 탄생과정 엿봐
특수 효과로 재미·감동 한번에

마치 마술 같다.

무대 위에 놓인 2m 높이 하얀 화폭 앞에 배우가 선다. 까만 목탄으로 쓱~쓱~ 밑그림을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비벼 질감을 입히자 자크 루이 다비드의 대작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 나타난다. 목탄화는 빛을 받더니 순식간에 오색찬란한 컬러 그림으로 다시 탄생한다.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오르고, 이순신 장군의 눈에선 붉은 눈물이 흐른다.

무대 위에서 그림으로 마법 같은 특수효과를 펼쳐보이는 새로운 공연이 선보인다. 11일부터 서울 대학로 질러홀에서 공연에 들어가는 <드로잉 쇼>다. 국내 공연팀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그림을 활용한 ‘넌버벌 퍼포먼스’다.

<드로잉 쇼>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그림 그리는 과정을 90분 동안 보여준다. 배우들이 그린 그림들을 조명과 특수효과를 이용해 다채롭게 변화시키는 볼거리를 내세운다. 다비드의 그림을 비롯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 유명한 명화들이 장면마다 새롭게 탄생한다.

<드로잉 쇼>를 만든 김진규(40) 예술감독은 이 독특한 무대는 어린 시절에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 미술의 본질이란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이라는 게 특별한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릴 때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목욕탕에서 하얗게 김 서린 거울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잖아요. 그것이 미술의 본질이라고 봐요.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을 느끼는 거죠. 그런 재미와 행복감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너무 재미있다고 한 뒤 끝나는 게 아니라 무언가 가슴과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잔상의 여운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드로잉 쇼>는 선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드로잉 기법, 나뭇잎이나 돌·금속 등 오돌토돌한 물체 표면에 종이를 대고 연필이나 먹을 문질러 형상이 드러나게 하는 프로타주 기법, 물 위에 유성 페인트나 유화물감을 떨어뜨린 뒤 표면에 종이를 대 찍어내는 마블링 기법, 손가락으로 그리는 핑거 드로잉 등 다양한 그림 그리기 기법이 동원된다. 관객들은 하얀 캔버스 위에서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10여개의 작품이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이 공연은 이번에 전용공연장에서 정식으로 무대에서 오르기 이전 몇 해 동안 여러 실험단계를 거쳤다. 2007년 6월 성경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크라이스트 드로잉’을 워크숍 공연으로 먼저 선보였고, 이어 12월에는 ‘드로잉쇼 명작’ 공연으로 진화해 작품으로 모양을 갖춰나갔다. 이후 각종 기념행사 등에서 선보인 것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들을 고르고 보완해 이번에 초연을 하게 됐다. (02)766-7848.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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