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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7 19:27 수정 : 2008.07.17 19:27

연극 ‘청춘,18 대 1’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 마주친 작가가 그런 말을 했다. 이젠 남들이 다 알아듣는 사실주의 극을 하기로 했다고. 막상 그 공연장에 범람하던 정서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상주의나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질풍노도식의 낭만주의였으므로, 그 말은 조금 당혹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청춘이 자주 범하는 오류 아닌가. 마침 갓 삼십에 접어든 작가는 뜨거운 청춘에 대한 작품을 쏟아낸 직후였다.

한아름이 쓰고 서재형이 연출한 <청춘, 18대 1>(두산아트센터, 8월31일까지)>은 청춘에 대한 연극이다. 식민지 시대를 배경 삼은 이 작품은 광복 한달 전 동경 댄스홀에서 조선 청년들이 벌인 자폭 테러 사건을 다룬다. 징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간 조선 청년들이 우연찮게 독립운동에 연루되고, 평범했던 청춘들이 폭탄 테러에 몸을 사르다 죽어간다는 이야기다. 18명과 맞장 떴다고 허풍 치는 청춘의 무모한 열정과 식민지 시대를 결합한 셈인데, 자칫 구태의연해 보이는 역사를 청춘이라는 새로운 필터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작품의 관건이 될 것이다.

몇년째 콤비를 이루다 부부까지 된 한아름, 서재형 커플은 <죽도록 달린다>,<왕세자실종사건>, <릴레이> 등 순차적이지 않은 짧은 장면을 역동적으로 배치한 구조와 리듬감 있는 정교한 이미지를 바탕에 깔고 연극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청춘, 18대 1> 역시 사건을 취조하는 형사실과 과거를 소급하는 역동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구조, 댄스홀을 공간 삼은 춤의 향연과 자전거까지 활용한 공들인 볼거리에 있어서 전작들과 공통점을 갖는다. 여기에 작품은 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과도한 서정성과 청춘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그리움과 격정을 추가한다. 과거의 아련한 등장, 뮤지컬을 방불케 하듯 감정을 증폭시키는 음악, 격한 상태에서 출발해서 점점 더 격해지는 정서적 구조, 죽음을 앞둔 등장인물들의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최후의 유언들 등등.

삼십대의 작가와 연출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오마주인 듯 순수와 격렬함으로 청춘을 빚어냈지만 젊음이 때로 그렇듯 객관성을 상실했고, 이미지와 속도로 매혹적이던 무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음만 존재하는 악기처럼 과도한 것이 되어버렸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청춘의 열정이 객석에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얼음 같은 절제력과 깊이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 균형을 상실하면, 새로운 감각은 자칫 순정만화나 신파적 정서로 귀착될 수 있다.

김명화/연극평론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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