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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희정, 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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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신’ 뎁·요조·타루·한희정
싱어송라이터에 개성·미모까지
광고·드라마·영화음악 종횡무진
‘인디밴드’ 하면 흔히 남자들의 거친 록 밴드를 떠올린다. 인디란 단어가 생긴 이래 인디 음악판은 늘 남자들의 무대였다. 하지만 인디의 본고장인 홍대 앞은 요즘 여성 전성시대다. 올해 들어 뎁, 요조, 타루, 그리고 한희정이란 뛰어난 여성 보컬 네 명이 등장해 인디판을 주름잡고 있다. 뛰어난 노래솜씨는 기본이고 작곡·연주 실력에다, 음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온라인 글솜씨까지 갖췄다. 강한 개성과 매력적인 외모로 ‘홍대 4대 미녀’로 꼽힌다. 홍대 앞을 넘어 이제는 드라마, 광고음악까지 진출하고 있는 당찬 네 재주꾼들이 주류 음악계에서 멸종됐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부활을 선언하고 있다.
“부드러운 여가수들의 목소리가 듣기 편해서 아닐까요? 저도 여자 목소리가 더 귀에 잘 들어오더라구요.” 인디를 넘어 대중음악계 전체에서 요즘 가장 돋보이는 여가수인 요조(27)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요즘 두드러지는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서도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달콤하고 촉촉한 목소리로 “뭘 원해 … 네가 원하는 걸 줄게”(마이 네임 이즈 요조)라고 속삭이는 그의 노래가 바로 그렇다.
요조는 <마이 네임 이즈 요조>가 탤런트 김태희가 나오는 카메라 광고에 쓰이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인디판에선 오래전부터 인정받는 실력파였다. 이 광고 이후 여기저기서 초대가 쏟아지면서 비로소 ‘떴다’. 신화의 에릭과 함께 디지털 싱글 <노스탤지어>를 냈고, 광고 모델로도 데뷔했다. 과로였는지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그래도 목소리는 밝았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모여든 팬들을 보며 가슴이 벅차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어요. ‘얼짱’이란 말은 좋아하지 않는데, 꼭 새 음반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얼짱’ 운운엔 음악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아 슬플 때도 있어요.”
최근 첫 솔로 음반 <너의 다큐멘트>를 낸 한희정은 ‘더더’의 보컬로 1999년 데뷔했다가 더더를 나와 2003년 인디판에 뛰어들었다. 한달에 한번꼴로 꾸준히 신곡을 선보이는 그의 무대는 홍대 앞에서 가장 잘 팔리는 공연 중 하나다. 새 음반은 그가 작곡·작사는 물론 프로듀싱까지 했다. 처음 만난 날의 설렘을 노래한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처음 만난 날>이나 단순하고 담백한 <드라마>는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능력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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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타루,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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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새 음반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뎁은 “음반을 낸 뒤 보통 여성 보컬들에게 기대하는 샤방샤방하고 발랄한 음악이 아니라서 의외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아직은 여자 보컬이 움직이는 폭이 매뉴얼처럼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같은 여성가수들의 도전이 이어지면 이런 고정관념도 예상보다 빨리 사라지지 않을까.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파스텔뮤직, 해피로봇 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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