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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0 18:49 수정 : 2008.10.20 18:49

김봉준(55·사진)

국내 첫 신화미술관 여는 민중미술가 김봉준씨

암투병 중 흙에서 생명·평화의 신성 눈떠
25일부터 원주 진밭마을서 여신신화 축전
“물질만능 시대, 신화로 꿈을 주고 싶어요”

민중미술가 김봉준(55·사진) 화백이 신화미술관(www.mafm.kr)을 연다. 25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취병 2리 진밭마을에 문을 여는 신화미술관은 165㎡로 규모는 그리 넓지 않지만 신화를 주제로 한 우리나라 첫 미술관이다.

“신성한 힘을 잃어버린 물질 만능의 시대에 신화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신화미술관에는 단군 신화는 물론 한국여신 신화, 어머니대지 신화, 도깨비 신화, 저승길 신화, 지신밟기 신화 등 다양한 신화 상징이 전시되어 있다. 150점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그가 표현한 신화의 주인공들은 위협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다. 대지신은 시골 마을의 옆집 할머니를 닮았고, 토테미즘의 상징인 개, 고양이, 염소 등은 다가가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감 있다.

신화미술관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영혼이 맑은 청소년들의 열린 가슴이 신화에 깃든 평화와 생명의 메지시를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미 마리학교, 청소년 평화학교 등 4곳의 청소년 교육기관과 단체에서 신화를 배우고 체험하겠다고 신청했다. 문의 전화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가 신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5년 전쯤 활동 무대인 부천을 떠나 진밭마을로 오면서였다. “출세간의 미련을 버리고 예인의 길을 가고 싶어서” 찾은 시골 마을에서 그는 서낭당을 만났고 신화에 눈을 뜨게 됐다.

특히 그는 여신신화에 관심이 많다. 물질숭배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사회의 정신적 뿌리는 남신문명이다. 국가주의, 영웅신화, 봉건적 가부장제 등은 위계질서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전쟁은 불가피하다.


그의 눈에는 민주화운동 안에서도 폭력적 남근주의가 적지 않았다. 독재 권력의 폭력성 못지않게 운동가들의 행동 또한 권력지향적이고 폭력적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다. 몸이 먼저 무너져 내렸다. 암이었다.

“99년 임파선암 3기로 진단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했어요. 그때 그렇게 흙을 만지고 싶더라구요. 진밭마을에서 원없이 흙을 만지며 지냈어요. 흙의 기운이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신화를 공부하면서 흙은 대지이자 어머니신이며 생명과 살림의 신임을 알았다. 하지만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숲에서만 보이는 잊혀진” 신이었다. 그는 대지신 같은 여성신에서 생명과 평화라는 새 시대의 가치를 봤다. 이제 여신문명이 시작되어야 했다. 신화미술관을 만든 이유다. 김 화백은 신화미술관 개관 행사의 주제도 여신으로 정했다.

25일부터 11월22일까지 열리는 ‘여신신화축전 2008’은 어머니 대지 신화춤, 강의 노래 등 여신 관련 문화행사와 여신신화와 관련한 강좌, 여신 상징 만들기 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올해 주제는 내 안에서 신성한 힘 찾기입니다. 신성한 힘은 여성성을 말합니다. 남성성이 파괴한 세상을 구원하는 힘, 하지만 여성은 물론 남성 안에도 내재된 힘이지요. 그 힘이 평화와 생명의 세상을 열 겁니다.” (033)746-5256.

원주/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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