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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인 가드 위 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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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이용백 개인전
프랑스 노트르담 사원에는 문이 세 개 있다. 성모의 문, 최후 심판의 문, 성녀 안나의 문. 작가 이중근씨의 최근작 <인 갓 위 트러스트?>는 키높이 철책 너머 노트르담 사원의 문을 완벽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문 위쪽 어느 기둥은 정면에서, 어느 기둥은 측면에서 …, 바라본 시점이 여럿이다. 게다가 석상들이 똑같은 동양인 얼굴인데다 혀를 쑥 내밀고 있는 등 표정 또한 우스꽝스럽다. 손짓은 또 어떤가. 부처 손, 서구에서 욕설할 때 쓰는 ‘퍼큐’ 손짓 등 한결같이 신성함과는 거리가 멀다. 성당 측면의 배수관에 새겨진 괴수상 가운데 하나가 사람 얼굴이었다. 알아보니 성당 건축 때 인부들을 가혹하게 부린 공사감독이었다. 일꾼들이 감독의 얼굴을 괴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에서 착안해 사진 수십 장으로 가짜 문을 재현하고, 각각의 조각상에는 자기 얼굴을 집어 넣었다. 언뜻 보면 진짜 같지만 가짜가 된 사연이다. 작가는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가 아니어도 종교가 절대적이었던 중세의 사원이 다원화한 현대에 옮겨온 것이 그렇고,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것부터가 그렇다. 작가는 사원이 선택된 것은 단지 작가가 머무는 프랑스 파리 국제예술공동체 ‘시테’의 숙소가 사원 앞에 있어 사원에서 쉴 참에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지 특정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언뜻 보기와 뜯어 보기가 다른 것은 전작과 흡사하다. 절의 천장과 벽에 그려진 만다라 무늬 같은데 자세히 보면 혀·귀·눈·코 등 인체의 일부를 조합한 것(<오감화>)이고, 예비군복을 입은 작가 자신(<위장>) 또는 가족들 사진(<스위트홈>)이다. 아트링크(02-738-0738), 11월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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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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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작품 <에인절 솔저>. 온통 꽃으로 가득한 화면. 가만히 들여다보면 꽃무늬 위장복을 입은 병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아주 아름답다. 하지만 온 세상이 꽃이라면 병사들 역시 그런 위장복을 입지 않겠는가. 그것은 백남준이 샬럿 무어먼과 함께 장미로 ‘폭탄첼로’를 연주하는 것처럼 반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에인절 솔저>가 백남준, 마르셀 뒤샹, 존 케이지 등 작가의 이름을 달고 있는 점에서 천사가 저승과 이승을 잇듯이 예술가는 선입견, 편견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아라리오 천안(041-551-5100~5101), 26일까지.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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