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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들은 몸으로 말한다. 작품의 함의나 표현방식이 처절한 것은 그런 탓이다. 편안하게 쉬기 어려운 여성의 일상을 담아낸 윤석남의 <핑크룸>. 가시돋친 소파의 다리가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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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언니가 돌아왔다’
여성 화가 1호 나혜석 60주기 맞아윤석남 중심 60대~20대 작가 26명
대 이은 절규에서 솟는 생명메시지 당신, 애 낳아봤어? 낳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지금 경기도 안산의 경기도미술관을 다녀오면 애 서넛을 낳은 것 같다. 그만큼 아프게 하고, 성숙하게 하고, 세상 보는 눈을 균형 잡히게 한다. 내년 1월4일까지 늘려 전시하는 ‘언니가 돌아왔다’ 전. 근대 한국의 첫 여성화가 나혜석(1896~1948)과 중견 여성작가 윤석남씨를 거멀못으로 하여 페미니즘의 동아줄을 늘인 다음 때때 곳곳에서 활약(한)하는 20~60대 여성작가들의 작품들로 여성미술사, 또는 미술여성사를 촘촘하게 짰다. 여성작가 26명과 남성작가 1명으로 이뤄진 전시는 서울~안산의 심리적 거리만큼이나 주제와 시간의 낙차가 크다. 나혜석을 내세운 건 그에 대한 재평가가 한몫을 한다. 그는 시·소설에서 여성해방을 말하고 생활이 분방했던 것과 달리 화가로서는 ‘별 볼일 없는’ 풍경화만 남겼다는 게 주된 평가였다. 그런데 최근엔 달라졌다. 당시 여성이면 규방에서 풀·벌레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는 형편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 이젤 들고 외출해야 하는 풍경화 그리기 그 자체가 혁명적이었다는 해석이다. 윤석남씨 역시 김인순, 김진숙, 박영숙씨와 더불어 페미니즘 미술운동에 불을 댕긴 투사. 나혜석을 정신적 모친으로 삼고 있다. 나혜석과 윤씨를 소재로 한 조덕현씨의 메타 작품이 전시 성격을 집약한다. 윤석남-나혜석 2인 초상을 마주한 실제 윤석남 모녀의 초상이 거울을 통해 무한복제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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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아 <오메르타: 침묵의 계율>(왼쪽), 김진숙 <기도하는 자의 집>(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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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답변들. 여성성 속에 인류 조상의 디엔에이와 미래를 담보할 녹색 건강함이 내재해 있다(김인순). 손가방, 멜가방, 끌가방은 여성한테 유목인의 피내림이 있다는 증거다(안진우). 특히 ‘틈의 작가’ 홍현숙씨는 여성이 남북간, 계층간, 남녀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존재임을 분명히 한다. 여성의 섬세한 손길을 거치면 폐품들은 생명을 받아 예술품으로 승화하기도 한다(이순종, 이순주). 몸으로 말하는 답변이 인상적이다. 나혜석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풍경화를 그렸듯 차하연씨는 독일과 프랑스 도시의 거리에서 끌차를 밀며 노숙자 문제를 외친다. 손국연씨는 중국에서 당당한 ‘북조선 사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태이는 영국 런던 북부에서 나혜석의 외로운 혼을 찾아내 현지 여성주의 선각자와 등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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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남성작가 조덕현이 전시에 참여해 윤석남과 나혜석을 주인공으로 한 메타작품을 냈다(왼쪽), 김주연 <식물의 사생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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