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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크리스마스캐럴’
탈북자 넷 공연 참여
“같은 민족의 고통에 더 많은 관심 가졌으면” 해마다 이맘때면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공연이 찾아온다. 서울예술단이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1812~1870)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가족뮤지컬 <크리스마스캐럴>.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유령과 시간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가를 깨닫고 새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줄거리다. 서울예술단은 2004년부터 해마다 이 작품에 장애우와 소년원생, 혼혈아동 등 소외계층을 직접 출연시켜 감동을 나누고 있다. 특히 올해는 네 명의 새터민(탈북자)이 합류해 20~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서 ‘가족, 사랑, 용서’의 메시지를 전한다. 공릉새터민정착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 오디션에 뽑힌 새터민 리슬(27·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김유나(25·서강대 국문과), 김애라(24·서강대 신방과), 김혜영(12·서울 용동초등학교)이 그들(가명)이다. 네 사람은 말리 유령 일행, 구세군 등의 조연을 맡는다. “남한에 온 뒤로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지만 기회가 올 줄은 몰랐어요. 연습하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연기가 참 힘들어요.” 2003년 정착한 김유나씨는 ‘꽃 파는 처녀’ 역 등 1인3역에 도전한다. 그는 “집에서도 거울 보며 노래와 춤을 2시간 정도 연습한다”고 했다. 김씨는 “새터민동아리회장 언니 말고는 다른 친구들이 출연 사실을 잘 모르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알릴 생각”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도 10년 전 중국에 직장을 구하러 갔다가 연락이 끊기자 2002년 여동생을 데리고 중국에 건너왔다. 자매는 한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남한에 들어왔다고 했다. 부유한 마을 소녀 역을 맡은 김혜영 어린이는 요즘처럼 신나는 날이 없다. 2007년 10월 어머니와 정착한 혜영양은 춤과 웅변에 재능이 많다. 매일 집에서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지도로 맹연습하며 함께 출연하는 또래 초등학생 친구들(아역배우 12명)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한다. “스크루지가 착한 사람으로 돌아와 기뻤어요. 연습하면서 거짓말 않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죠. 친구야! 나 뮤지컬에 나오니까 꼭 보러 와서 응원해줘!”
집에서도 티브이 보고 섹시 댄스를 따라 춘다는 그는 “이효리 언니처럼 춤 잘 추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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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새터민 네 사람이 다른 배우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캐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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