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6 18:34
수정 : 2008.12.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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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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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팬 환호 받은 멜로디는 훌륭
음악 못맞춘 번역 가사는 아쉬움
2002년 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사진)는 프리뷰를 포함해 고작 석 달 만에 100만달러 가까운 손실을 내며 막을 내렸다. 평단의 환호도 없었지만, 음악 덕분에 컬트팬들의 환호는 받았다.
작가인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자전적인 결혼생활을 담은 작품으로, 등장인물은 부부 단 두 사람뿐이다. 남편인 ‘제이미’는 소설가로 그려졌지만 뮤지컬 <퍼레이드>(1998)로 스물아홉의 나이에 토니상 작곡상을 거머쥐었던 작가 자신이다. 아내인 캐시의 노래 ‘어 파트 오브 댓’ 속에서 제이미는 자신만의 시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낭만적인 예술가로 그려진다. 외로움에 떠는 아내가 부르는 노래건만 원망보다는 제이미에 대한 선망이 담겨 있다. 곡을 쓰고 가사를 쓴 주체가 제이미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서 그려진 캐시는 거듭되는 오디션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무능한 배우인데다 잘나가는 남편을 ‘내조’하지도 않고 투정만 부린다.
이 작품의 가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좋은 멜로디, 둘째는 각각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배치한 두 사람의 엇갈리는 시간의 흐름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드라마는 그저 여느 부부의, 살다 보니 마음이 멀어져 이혼한 평범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번 한국 공연에는 한 사람이 노래 부르는 동안 나머지 한 사람은 의상을 갈아입거나 어둠 속에서 이동 무대를 분주히 여닫으며 차례를 기다린다. 때문에 무대 위에는 늘 한 사람뿐이다. 모노 뮤지컬의 단조로움을 다양한 의상 변화와 아기자기한 소품 전환으로 찾으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보다는 두 사람의 배우가 리액션을 보이며 무대에 공존하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용상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사랑스럽고도 잔인한 크리스마스 노래 ‘슈무엘 송’과 이들이 유일하게 타인과 소통하는 ‘전화’도 그 단조로움에 묻힌다.
의상과 소품의 다양함보다는 직접 노래 부르지 않는 인물의 감정선이 더욱 흥미롭고 재밌을 수 있지만 전적으로 관객에게 맡겨버렸다.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이혼 사유 하나는 절절하게 와 닿는다. 결혼식 외에 이들은 단 한순간도 진심으로 함께한 적이 없었으니 5년도 오래 버틴 셈이다. 두 입장의 지극히 평범한 ‘현실’이 아름다운 멜로디에 담겨 나열된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나 가끔씩 보이는 음악의 흐름을 맞추지 못하는 무리한 번역 가사는 아쉬움을 더한다.
이수진/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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