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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6 18:40 수정 : 2008.12.16 19:08

이환권 <장독대>(위), 박선기 <시점 08-07>(아래)

이환권·박선기 조각전

‘찌그렁 조각’의 이환권씨, ‘납작 조각’의 박선기씨가 전시회를 연다. 작가는 왜 멀쩡한 것을 찌그러뜨릴까. 미술사에서 1500년대부터 존재해 온 ‘왜상’(왜곡된 이미지)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 영화 속 길쭉한 그것?! 서부영화 인트로(혹은 엔딩)의 길쭉한 영상을 기억하는가. 이제부터(까지) 꿈, 상상, 추억, 아름다움의 세상입(이었습)니다 하는 표지와 같았던 것. 영화 속에 들어가고 싶었던 소년은 조각가가 되어 영화 속의 ‘길쭉한 그것’을 세상으로 끌어냈다. 길쭉 또는 똥똥하게 찌그러진 이환권씨의 인물 조각은 관객을 상념 또는 착각에 빠지게 하면서 작가가 경험한 세계로 끌어들인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일 테죠. 마찬가지로 관찰자의 심리적 속도가 달라지면 일그러져 보이거나 똥똥해 보이지 않겠어요?”

이번에 열리는 덕수궁 돌담길, 정동극장 야외전시에서는 그의 중학 동창 가족을 소개한다. 3대 6명의 납작하게 짜부라진 모습은 옹기종기 장독대 같다. 장독대로 표상되는 한국 가정이 여성을 통해 전수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독을 깨뜨리면 독 안에 든 사람들 모양이 똑 그럴 것 같다는 설명이다. 31일까지.

■ 소실법은 거짓부렁이? 김종영조각상 수상자인 박선기씨의 작품은 한마디로 납작조각. 정상 조각을 박제하듯이 찌그러뜨렸다. 정면에서 보면 멀쩡하지만 조금 비뚤어지면 납작하게 일그러진 것임이 드러난다. 대상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원근법, 즉 일점소실법, 혹은 이점소실법이 기실은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부렁임을 보여준다. 회화적 기법이 반영된 부조에서 뒷배경을 없애고 환조로 만드는 방식이다.

숯을 이용한 조각 설치도 그의 작품. 숯 조각을 낚싯줄에 주렁주렁 매달아 문, 계단의 형상, 원뿔, 원 등의 도형을 만든다. 바람에라도 일렁이면 형상은 여지없이 사라지고 천장에 걸었던 것을 바닥에 내리면 단순한 숯무더기일 따름이다. 얼핏 보면 납작조각과 숯 설치조각은 같은 작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둘을 꿰는 것은 건축적 관심과 허-실 경계에서 놀기.

이번에는 둘을 결합한 작품을 내놨다. 숯덩이로 만든 납작조각. 나무로 깎아 만든 납작 여행가방의 겉을 태워 숯덩이로 만들었다. 한 시점, 혹은 한 순간에 존재하는 조각의 한시성과 수백년을 간다는 숯의 영속성을 이어 붙였다. 2005년 김종영미술관에서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작가는 이듬해 김종영조각상을 받았다. 전시는 김종영미술관에서 2월1일까지. (02) 3217-6484.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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