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29 15:20
수정 : 2008.12.29 15:20
곡 마다 쓴 이소라 메모 눈길, 7분 러닝타임 곡도
가수 이소라(39)는 자신의 음악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말을 아끼고 있다. "7집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노래 제목도 붙이지 않았고, 트랙 순서대로 암호 같이 직접 그린 그림을 그려넣었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집중해서 듣도록, 청자의 상상력이 발현되도록 한 아이디어는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18일 발매된 7집은 '흥미롭다'는 평과 함께 29일 현재 한터 주간차트에서 빅뱅의 2집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싸이월드의 '제목 정하기' 이벤트에는 3천여 개의 답글이 순식간에 달렸다.
러브홀릭의 강현민, 스위트 피 김민규,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 이한철, 정지찬 등이 작곡, 편곡, 연주에 참여했지만 수록곡 전체가 하나처럼 연결되는 내러티브 강한 노랫말은 이소라의 힘.
그는 재킷 옆에 작업 순간의 메모를 마치 제작노트처럼 곁들였다. 작업 과정의 에피소드, 참여 뮤지션들에 대한 애정어린 코멘트, 음악을 대하는 자신의 소소한 생각까지 꽤 솔직하다.
"10월엔 좋아하는 엘리엇 스미스가 세상을 떠난 날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지금 내가 살아서 노래하고 있다는게 덧없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직 살아있네요. 노래도 하고 있고요."(타이틀인 8번 곡)
"노래 녹음 내내 일부러 더 신경질적인 상태로 만들어 다녔어요.~심장 뛰는 소리가 마이크에 들어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숨 조절도 안되고. 하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날 만큼은 꾸밈없이 아픈 목소리. 세상살기 지겨워 죽겠는 목소리 마음에 드네요."(7번 곡)
9번 곡에서는 "지난 6집부터는 내가 노래하는 사람으로 정해져 여기 태어났다는 생각이", 11번 곡에서는 "나는 처음부터 그런 씨앗, 노래하는 씨앗"이라고 얘기한다.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는 오기와 용기처럼 보이는 실험적인 시도도 엿보인다. 강현민, 정순용이 각각 작곡한 노래 두곡을 하나의 트랙인 4번 곡에 담았다.
또 1번 곡은 러닝 타임이 약 7분에 달한다. 이소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흐르다 정순용과의 대화가 스킷처럼 삽입됐고 정지찬, 정순용의 보컬과 코러스 라인이 곁들여졌다. '늘 같은 노래, 뭔가 같은 리듬, 알 것 같은 음들, 한결 같은 말/참 노래 많아 음~ 좀 다른 노래 음~ 내 노래만은 음~'이라는 가사는 '난 행복해', '처음 느낌 그대로' 등 이소라표 슬픈 발라드에서 다소 진화된 음악을 담았음을 예고한다.
강현민, 이한철, 정지찬, 김민규, 믹싱 엔지니어 등 전 스태프가 한 소절씩 노래한 12번 곡은 마치 영화의 크레디트 같다.
네티즌들은 '노래를 듣자마자 마음 속에 던져지는 먹의 번짐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임소현), '가슴이 찡해오는 게 소름 돋아요'(최명순) 등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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