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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8 19:03 수정 : 2009.01.18 19:18

1960~70년대에 인기를 누린 그룹사운드들. 왼쪽부터 히파이브, 히식스 / 토탈미술관 제공

60~70년대 밴드 인터뷰 영상 생생
엘피·계보도·대회 트로피도 선봬

‘괴짜들…’ 전시회

지난 13일,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 전시장 중앙에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두건을 쓴 한 노인이 열정적으로 기타 연주를 하고 있었다. 1960년대부터 김치스와 피닉스라는 록 밴드를 이끌었던 심형섭씨. 젊은 세대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한국 록의 역사에 큰 이름을 남긴 존재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고고 70>에서 ‘사이키델릭 대왕’이라 소개됐던 ‘휘닉스’가 바로 피닉스를 모델로 삼은 밴드이다. <고고 70>에 등장했던 데블스나 피닉스, 템퍼스 등은 197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으며 당대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록 밴드, 그 당시 용어로 그룹사운드들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미8군 무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그룹사운드 문화는 1970년대 각종 클럽들을 중심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이후 박정희 정권의 가요 정화운동과 대마초 파동을 겪으며 기세는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토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괴짜들: 군웅할거 한국 그룹사운드 1960~1980’ 전시회는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그룹사운드 흥망의 역사를 기록한 프로젝트이다.

‘괴짜들 전시회’는 책임기획을 맡은 이기일씨의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1970년대 그 많았던 그룹사운드의 멤버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그래서 이씨는 당시 활동했던 밴드 멤버들을 수소문해 연락하고 직접 인터뷰 작업을 진행했다.

김치스. 맨 오른쪽은 66년 미 8군 무대의 공연 장면. / 토탈미술관 제공
키 보이스와 히식스, 히파이브 등의 밴드에서 리더로 활동했던 김홍탁, ‘신중현과 엽전들’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거친 이남이, 김치스와 피닉스를 이끌었던 심형섭, ‘신중현과 더 멘’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박광수, 그리고 한국 최초의 팝 칼럼니스트로 60, 70년대 음악 경향을 주도했던 서병후 등이 인터뷰 대상이다.

전시회에는 이들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며, 1964년 한국 최초의 그룹사운드인 ‘애드 포’(Add 4)의 앨범부터 키 보이스, 히식스, 검은 나비, 골든 그레입스 등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밴드들의 엘피들, 그리고 신중현과 키 보이스부터 시작되는 그룹사운드 계보도가 함께 전시된다. 또 1971년 제3회 ‘플레이보이컵 쟁탈 전국 보컬그룹 경연대회’에서 히식스가 최고상을 수상하며 받았던 트로피가 대중들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이기일씨는 “이번 전시가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꿈꾸고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우리의 밴드 문화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래 괴짜들이란 이름은 기존에 있던 그룹사운드 이름에서 따온 거지만 그때 당시에 각종 악기를 다루고 밴드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시회 이름도 ‘괴짜들’로 지은 거죠.”


의미 있는 작업인 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한때 최고의 위치에 있던 분들인데 가요 정화운동과 대마초 파동을 겪고, 또 80년대 디스코 음악과 함께 디제이들이 생겨나면서 자신들의 자리가 없어진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 이민 가신 분들도 많구요.” 그런 이유로 인터뷰 자체를 거절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서울 전시회뿐 아니라 전국을 돌며 여러 도시에서 전시회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 이번 전시회에 올리지 못한 다른 노장 뮤지션들과의 인터뷰도 계속할 예정이다. 전시 개막일이었던 13일에는 김홍탁, 심형섭, 김선, 박광수 등의 특별공연이 열렸으며, 반응이 좋아 다시 한 번 공연을 기획 중이라고 한다. 전시회는 2월15일까지 열린다. (02)379-7037.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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