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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한국의 모노크롬전’에 참석한 작가들. 왼쪽부터 서승원, 박서보, 김창열, 작고한 이승조씨의 부인 고정자씨, 최명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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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작가 9인 뜻깊은 중국전시
독립 큐레이터 조순천씨 엮어
지난 20일 오후 중국 상하이의 문화 거리인 진타구 모간산루. 이 거리 한구석의 웰 사이드 갤러리에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국 샘터화랑의 상하이 지점인 이 화랑에서 이날 개막한 ‘한국의 모노크롬전’을 보려는 행렬이었다. 소개 작가는 모두 9명. 김창열, 박서보, 하종현, 정창섭, 최명영, 서승원, 이강소, 이승조, 김태호씨의 단색 그림(모노크롬 )들이다.
한국 원로 및 중견 추상화가들의 작품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중국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작품 앞에 선 김창열, 박서보, 최명영, 서승원씨는 상기된 표정이었고, 작고 작가 이승조의 작품을 설명한 부인 고정자씨는 끝내 울먹였다.
전시장의 작가들 사이에는 유모차를 밀고 온 아이 엄마가 끼어 있었다. 전시를 성사시킨 주역 조순천(41)씨다.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이자 미국 아술린출판사의 아시아 쪽 브랜드 파트너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술린에서 이들 9명의 작가를 소개하는 책자 <자연의 색-한국의 모노크롬 아트>를 낸 바 있다. 아술린은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고급스런 내용과 장정의 책을 내는 출판사로 반스앤노블스, 고급 백화점, 부티크 등을 판매망으로 갖고 있다.
“아술린의 보급망을 통해 한국 작가들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보급이 안되면 소용이 없잖아요. 미국의 미술관급 전시를 추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이기도 합니다.”
조씨는 한 가지 방식에 집중한 국내 작가군에 주목했다. 예컨대 물방울(김창열), 선 긋기(박서보, 서승원, 이승조), 물감 밀어내기(하종현), 격자(김태호), 캘리그래피(이강소), 사각형(최명영) 등 근원적인 것에 오랫동안 ‘올인’해 온 작가들이다. 이들은 전통 모노크롬 회화인 수묵화에서 한지, 서예, 여백 등의 요소를 끌어 와 서양 추상화와 접목시키면서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시대적으로는 대부분 전 세대의 앵포르멜, 추상표현주의 유산에 도전해 근본적 조형 질서로의 회귀를 지향했다. 참여 작가들은 상당수가 1960~70년대 국내 화단을 움직였던 작가모임인 ‘오리진’ ‘한국아방가르드협회’ 등의 핵심 멤버들이기도 했다.
“와이비에이(yBA: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의 소장 작가들) 작가들도 알고 보면 가고시안(미국의 세계적 화랑)이 만든 작가들이에요. 우리 작가들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있나요? 정부가 못하면 저라도 나서서 우리나라를 문화 강국으로 만들고 싶어요.”
조씨는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인 <블룸버그>와 최근 인터뷰를 마쳤으며 뉴욕 맨해튼의 유명 미술관에서도 전시하자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상하이/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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