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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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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진 거장, 카쉬’전
20세기 ‘비범한 인물들’ 촬영
보통사람과 다른 열정에 주목
유서프 카쉬(1908~2002).
우리한테 낯설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아하! 이 사진을 찍은 양반이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장 널리 회자되는 사진은 사진사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윈스턴 처칠.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작품으로, 냉철하게 전쟁을 이끈 처칠의 진면모를 잘 잡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데 성공하고 한참 기다렸다. 계속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용서를 구하며 입에서 시가를 뺏어냈다. 처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듯 억센 표정을 지었고, 바로 그때 셔터를 눌렀다. 잠깐의 적막. 그는 웃으며 ‘한 장 더 찍으시게’라고 했다. 촬영 뒤 처칠은 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당신은 으르렁거리는 사자도 가만히 사진 찍게 할 수 있군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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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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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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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로렌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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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 1956 영원한 소녀로 남은 배우 오드리 헵번. 카쉬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56년 할리우드에서였다. 헵번을 촬영할 때 카쉬가 “당신 내면에는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이 보인다”고 지적하자, 헵번은 2차 대전 때 자신의 비참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오드리 헵번의 내면을 담은 카쉬의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자, 한 유명인은 헵번만큼 자기도 아름답게 나와야 촬영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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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카살스, 1954 거장 파블로 카살스는 다른 사진과 달리 텅 빈 방에 첼로를 안은 뒷모습만 보인다. 조국 스페인에서 추방당한 예술가의 쓸쓸함을 드러내는 듯하다. 촬영 몇 년 뒤, 사진이 보스턴 박물관에 전시되었는데 한 노신사가 날마다 그의 사진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큐레이터가 물었다. “왜 항상 이 사진 앞에 서 계시는 건가요?” 그는 나무라듯 이렇게 말했다. “조용히 하시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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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1957 소설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자살 4년 전인 1957년 카쉬를 만났다. 촬영 전날 저녁, 카쉬는 헤밍웨이를 사전 조사할 겸 그가 즐겨 마시던 럼 칵테일 ‘다이키리’를 맛보기 위해 헤밍웨이가 즐겨 찾는다는 ‘라 플로리디타’ 바를 답사했다. 다음날 오전 9시, 그곳에서 만난 헤밍웨이가 물었다. “무슨 음료를 마시겠는가?” 카쉬는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다이키리”라고 했다. 그러자 헤밍웨이 왈, “아니 카쉬!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그걸 마시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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