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06 14:41
수정 : 2009.03.06 14:41
화가의 장점은 정년이 없다는 것. 열정에다 건강만 허락하면 얼마든지 작품활동을 즐길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 내 갤러리박영이 7일부터 4월19일까지 여는 ‘맥-한국현대회화 8인’전은 한국 추상미술, 또는 모노크롬의 기틀을 다진 하종현(74), 김구림(73), 이강소(68), 곽훈(68), 서승원(68), 정보원(62), 안정숙(61), 김태호(61) 등 8명의 신작들로 꾸민 기획전이다. 이들 작가들은 한가지 방식에 오랫동안 천착해 왔으며, 대부분 작품 역시 오래동안 반복작업을 해야 하는 게 특징.
하종현은 2006년 서울시립미술관장을 끝으로 공직활동을 접은 뒤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번에 낸 작품은 ‘접합’ 시리즈. 올굵은 마대천을 캔버스로 하여 물감을 뒤에서 앞으로 밀어냄으로써 오돌도톨한 질감을 만든 뒤 넓적한 작업도구로 누르거나 긁어낸다. 그럼으로써 부조-회화, 이중의 느낌을 준다. 작품만으로 청년의 것이라고 할 만큼 힘이 넘친다. 그는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기업인이 선임된 것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자신을 늦은 밤 깜박이는 노랑색 신호등에 비유하면서 앞으로도 작품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구림은 광고 등의 이미지를 프린트한 화폭에 넓은 붓으로써 이미지를 지워나가는 ‘음양’ 시리즈를 냈다. 전작에 비해 한결 환해졌다. 그는 현재 김재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기도 하다. 그는 책의 내부를 도려내 조각품을 오랫동안 만들어왔는데, 올해 안 이것만으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2~3년동안 신작을 내지 않는 이강소는 화사한 색깔의 ‘비커밍’ 연작을 냈다. 기존의 단색조와 달리 이번에는 연한 연두빛으로 굵은 붓자국을 낸 뒤 오리를 그려넣는 방식이다. 집안의 우환에서 벗어난 듯하여 몹시 반갑다.
곽훈은 붓질을 거듭하고 이를 밀어내어 ‘’기’의 흐름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전하지만 역시 전작에 비해 색깔이 한결 화사해졌다.
한지창호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의 느낌을 구현해온 서승원은 봄에 맞춘듯 콘트라스트가 강조되고 격자가 조밀해졌다.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LG아트센터 등 공공조각으로 유명한 조각가 정보원은 이번에 평면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차가운 알루미늄판에 녹색 또는 노랑색의 컴포지션. 조각을 위한 컴퓨터 드로잉 작업 중 우연히 생성된 이미지를 활용했다고 한다.
안정숙은 장미, 또는 나뭇잎 문양을 탁본으로 떠낸 작은 조각작품을 수십 개씩 조합한 작품을 냈다. ‘32일간의 여행’ 등 낭만적인 제목의 작품은 문양이 아름다워 유럽인들이 좋아한다는 전언이다.
김태호는 스무 번 이상 페인트를 입힌 다음 격자 무늬로 속을 파내어 쌓인 색깔들이 드러나면서 부조같은 느낌에다 점묘화의 느낌이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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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구림, 정보원, 하종현, 안정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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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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