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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4 18:13 수정 : 2009.03.24 18:13

조각가 성동훈 <돈키호테>

조각가 성동훈 개인전

조각가 성동훈(43)씨의 작품은 내숭이 없다.

거대 두상 <머릿속으로>는 가까이 다가가면 지잉 하고 세로로 쪼개진다.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 구름, 돼지, 열차, 전투기 등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철근과 콘크리트, 유압 피스톤이 보인다. 철근-콘크리트는 1990년 데뷔 때부터 사용한 소재. 100여년 역사의 ‘근대 물질’이다. 근대의 이야기를 담기에 딱이라는 생각이다. <구름 속으로>는 열쇠를 찌르면 조개처럼 입을 벌린다. 구름은 새털 아닌 쇠다. 굵은 철사를 잘게 잘라 일일이 용접한 뒤 표면을 그라인더로 갈아 반짝반짝 윤을 낸 것이다. 작가는 “무식한 것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구름 속에 든 것은 스텔스기, 부처, 코끼리. 오브제들이 섞이는 묘한 느낌을 느껴보라고 했다.

모티브는 작가 자신. 1998년 이래 한 해에 적어도 서너 달을 국외로 떠돈다. 사막, 바다, 유적지 등에서 좋은 느낌을 ‘먹고’ 작품으로 토해낸다. 뒤섞임의 뿌리다. 2006년부터는 ‘사막 프로젝트’가 됐다. 맘 맞은 10여명이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보름 동안 서바이벌 게임을 했다. 맨손으로 현장에서 재료를 구해 작품을 만드는 것. 어떤 이는 풀씨에서 염료를 얻었고 어떤 이는 막대 그림자로 잠시 동안의 그림을 만들었다. 올해 9월에는 몽골 고비사막으로 간다.

<돈키호테>(사진)는 아예 내장을 드러냈다. 추락한 전투기와 헬기 잔해로 만들었는데, 심장과 갈비뼈 등이 앙상하다. 1980년대 시대의 암울에 맞서 콘크리트 소를 탔던 돈키호테가 꽃소로 갈아탔다. 증권거래소 앞에 놓으면 참 좋겠다는 말에 작가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작가 생활 20년을 찍는 그의 개인전 ‘머릿속의 유목’은 25일부터 5월10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02)736-4371.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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