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30 18:15
수정 : 2009.03.30 21:02
|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김준희, 백건우, 김태형, 김선욱씨. 크레디아 제공
|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63)씨가 후배격인 차세대 피아니스트 세 사람과 한 무대에 선다.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40년 만에 최연소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김선욱(21)씨와 2008년 모로코 국제콩쿠르와 파리 그랑프리 아니마토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한 김태형(24·뮌헨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씨, 그리고 2007년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와 모차르트 특별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김준희(19·한국예술종합학교 3)씨다. 그는 이들과 5월10~15일 서울과 마산, 대구, 고양 등에서 연주회를 펼친다.
“셋 모두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 성숙한 연주자들이에요. 모두 자기 음악세계가 뚜렷해서 이런 연주회가 가능했죠. 저로서도 새로운 경험이고, 후배들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서 흐뭇합니다. 음악인들끼리 우정을 나누면서 세대 교체가 아닌 연속이 된다는 것 자체가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백씨는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연히 파리에서 세 사람 연주를 들은 적이 있는데 모두 굉장히 수준 높은 연주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피아노시대, 새로운 피아니즘이 나타날 것 같다”고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한예종 선후배 사이인 젊은 피아니스트 세 사람도 백씨와 한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무척 설렌다고 털어놓았다.
맏형격인 김태형씨는 “셋 다 연주스타일과 추구하는 것이 다르지만 백 선생님과 같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거장을 만나 옆에서 보며 배우는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막내 김준희씨도 “세 명이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서로 어떤 느낌이 나올지 궁금했는데, 백 선생님이 우리를 모아 한 무대에서 연주하게 해줘 행복하다”고 웃었다. 김선욱씨는 “관객들이 <탄호이저>나 <볼레로>와 같이 오케스트라로 많이 연주되었던 작품을 피아노 4대로 연주할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도 오보에와 플루트가 다르듯 네 명이 피아노로 각자 멜로디를 표현하는 라인이 다르기 때문에 그 성과가 저희들도 몹시 궁금하다”고 웃음을 머금었다.
백씨는 이날 후배 피아니스트들이 그들의 고민을 털어놓자 젊은 시절 체험에 바탕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국 악보와의 싸움이며, 정답은 악보 안에 있다”고 충고했다. 또 “음악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넘길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자기 색깔 뚜렷한 네 피아니스트가 네 배의 감동을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02)318-4301~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