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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프게니 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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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 2일 2번째 내한공연
“3년 전에 서울에서 처음 연주했는데 그 이후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서울의 청중이 가장 뜨겁고 정열적인 관객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사람보다 훨씬 더 정열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로 불리는 예프게니 키신(38)이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연주회를 연다. 2006년 첫 내한 연주회에서 무려 1시간이 넘는 10곡의 앙코르로 한국 청중들을 매료시킨 뒤 3년 만의 두 번째 연주회. 그는 1일 예술의전당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3년 전의 한국 관객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 “내일 연주회가 너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주여행 중에도 하루 6~7시간씩 연습하고 매우 일찍 자고 하기 때문에 특별한 인상 같은 것을 느끼기 힘들다”면서도 “한국 음식을 먹어보았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 중 3곡과 <소나타 8번>, 쇼팽의 <폴로네이즈-판타지>와 <마주르카>, <에튀드> 등을 들려준다. 특히 프로코피예프의 발레음악을 선택한 것이 눈에 띈다. 그는 “발레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결정할 때 좋은 곡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레음악을 피아노 연주곡으로 선택할 때는 발레에 대해서 생각하고 발레작품을 보려고 하고, 무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 연주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러시아가 큰 나라인데다 소비에트 시대부터 내려온,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좋은 시스템이 좋은 연주가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1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키신은 겨우 2살에 피아노를 시작해서 10살에 콘서트 무대에 데뷔했고 12살에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시립 오케스트라와 연주회를 가지는 등 10대의 나이에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그는 세계적인 콩쿠르를 거치지 않고 성장한 예외적인 수순을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력과 인기는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가 닮고 싶어했던 연주자는 누구일까?“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은 너무 많고 각자에게 닮고 싶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 사람을 집을 수 없어요. 심지어 10명 이상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마다 각각의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음악가가 있고, 그들의 음반을 듣고 배우려고 합니다.” 그는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연주가가 녹음을 해왔고 그 녹음에서 가치들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피아니스트 음악뿐만 교향곡과 오페라, 실내악 등을 듣는다”면서 “각각 모두에게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배우는 것 이전에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듣는 것이 먼저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일 연주할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8번>은 여태까지 들었던 모든 녹음 중에 길레스의 음반이 최고였다고 생각한다”고 추천했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8번>은 매우 연주하기 복잡한 곡인데 아직 들어보지 못하고 연주회에 올 분들이나 앞으로 이 곡을 연주하게 될 분 모두에게 길레스의 녹음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프로코피예프가 이 곡을 헌정한 연주자가 길레스였고 그가 처음으로 연주했어요.” 그가 10대 초반에 데뷔한 지 20여년이 흘렀는데 음악이나 피아노 연주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어떻게 변해왔을까?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 속에서 그 음악을 듣는 것인데 점점 음악을 들어오면서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왜냐하면, 더 완성시키고 더 높은 곳으로 다다르기 위해서 점점 그 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어떤 것을 완성시키고 도달하려고 노력한다면 그 사람에게 그 능력이 생기고 또 그만큼 더 원하게 됩니다.” 그에게 한국 음악가와의 인연을 묻자 “정명훈씨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했는데 그때 연주한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녹음 음반을 어릴 때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후 정명훈씨의 지휘로 프랑스 파리에서 슈만 협주곡을 협연했다”며 “1970~80년대 모스크바에서 인기 있었던 한국 가수 넬리 리도 기억이 난다”고 지난 기억을 더듬었다. 이번에도 3년 전의 연주회처럼 10곡이나 되는 앙코르곡을 들려줄지 물었다. 그는 “앙코르곡을 많이 준비를 하고 무대에 오른 것은 아니고 청중들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폴리에서 몇 년 전에 16곡이나 연주해본 적이 있다”면서 “보통은 3~4곡 정도를 준비할 뿐인데 청중들이 원하면 더 연주하겠다”며 한국 청중들의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02)318-430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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