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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7 17:43 수정 : 2009.04.07 19:34

‘왕년의 언니·오빠’ 연극판 돌아왔네

‘봄날’ 오현경 ‘엄마는…’ 박정자
‘어머니’ 손숙 ‘기막힌…’ 최종원 등
80~90년대 흥행보증수표들 복귀

최근 서울 대학로 연극 동네에 중견, 노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젊은 배우, 젊은 관객, 젊은 작품의 등쌀에 떠밀려 연극을 접었거나 활동이 뜸했던 그들이 잇따라 연극 무대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1980~90년대 연극판의 ‘흥행보증수표’로 알려졌던 이들 배우군의 복귀로 침체한 연극계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연기 인생 40년을 맞는 중견 배우 최종원(59)씨는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17년 전 자신이 주역을 맡았던 연극 <기막힌 사내들>(데이비드 마멧 작·구태환 연출)을 복귀작으로 삼아 17일~6월14일 대학로 윈드스페이스 무대에 다시 선다.

그는 “연극을 하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코미디로 흘러가는 것에 부대끼었고, 후배 배우들에게서도 연극의 열정이나 혼이 느껴지지 않아서 연극판을 멀리했다”고 털어놓았다. 최씨는 “이제 연극 부흥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작품을 엄선해서 자주 무대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왕년의 언니·오빠’ 연극판 돌아왔네
‘영원한 현역’으로 꼽히는 오현경(73)씨도 자신의 대표작인 연극 <봄날>(이강백 작·이성열 연출)에 25년 만에 출연한다. 2009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오는 22~28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1984년 권오일(작고) 연출로 극단 성좌가 초연한 이 작품은 그해 서울연극제 대상과 연출상, 무대미술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연극 <주인공>으로 오랜만에 대학로 연극판에 돌아온 이 노배우는 이 작품에서 25년 전과 같은 배역인 아버지 역으로 농익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 자신 무척 아꼈던 작품이었으나 초연 직후 식도암 수술 때문에 앙코르 공연을 놓치면서 오랫동안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씨는 “지난날 극작가 이해랑 선생님이 ‘우리에게는 정년퇴직이 없다’고 말했듯이 우리 배우에게 은퇴란 없다”며 “사지가 움직이고 대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한 무대에 서겠다”고 노배우다운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에서는 ‘말을 배우려면 극장으로 가라’고 했다”며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연극 무대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후배 배우들에게 충고했다.

노년에 접어든 여성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한국 연극계 최고의 여배우로 손꼽히는 박정자(67)씨는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드니즈 샬렘 작·임영웅 연출)를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 무대에 올리고 있다. 1991년 초연에서 서울연극제 최우수 작품상과 주연상, 연출상, 번역상 부문을 휩쓸면서 18년 동안 10만 모녀 관객들을 울렸던 작품이다. 초연 때 실제 나이가 쉰이었던 박씨는 18년 세월을 뛰어넘는 변함없는 열정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올해 1월 모녀극 <잘 자요 엄마>로 수많은 여성 관객들을 울렸던 손숙(65)씨도 1999년 초연되었던 자신의 대표작 <어머니>(이윤택 작·연출)의 10돌 기념 무대를 24일~5월24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꾸민다. 정동극장 초연 당시 손씨는 “앞으로 20년간 이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올해가 꼭 그 절반이 되는 해다. 또 연극, 마당놀이, 뮤지컬 등을 넘나드는 만능 여배우 김성녀(59)씨는 16~26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피카소의 여인들>(브라이언 맥아베라 작·폴 게링턴 연출)에 출연하면서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5월7일~6월5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하는 연극 <시간이 흐를수록>(알렉세이 아르부조프 원작·최우진 연출)의 주역을 맡은 윤석화(53)씨의 재기도 관심거리다. 두 해 전 ‘학력 위조’ 파문으로 연극계를 떠났던 그는 지난해 자신의 대표작 <신의 아그네스>에서 조연 닥터 역을 맡아 무대에 복귀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4년 만에 주역을 맡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예고했다. 이 밖에 1989년 마지막 공연 이후 20년 만에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부활하는 <불가불가>(이현화 작·채윤일 연출)의 경우 김인태(79), 박웅(69), 이호재(68), 전국환(57)씨 등 연로한 중견 연기자들이 대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연출가 이성열씨는 “중견 및 노배우들이 무대에 서 있는 자체가 젊은 배우들에게 귀감이 된다”며 “역량 있는 이들 배우의 연기가 관객들 앞에 계속 펼쳐진다면 작품도 다양화하고, 대학로를 떠났던 중장년층 관객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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