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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8 22:16 수정 : 2009.04.28 22:16

작곡가 류재준(39)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맡은 류재준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서울에서 ‘화합’의 축제를 꾸민다. 다음달 22~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금호아트홀 등에서 펼쳐지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가 그 무대다. 국가와 인종, 종교와 이념, 시대를 초월해 화합과 평화를 노래하는 이 음악 축제의 중심에 예술감독인 젊은 작곡가 류재준(39)씨가 있다. 그는 현대 작곡계의 살아 있는 전설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후계자로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작곡가다.

펜데레츠키·고토니·김정원… 클래식 거장들 대거 참여
3곳서 다음달 22~30일…“음악 통해 평화 말하고파”

“연주자 쇼케이스가 아니라 진짜로 주제가 있고 전체를 통틀어 하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어요. 애스펀 페스티벌 같은 중요 음악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라도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갑니다. 그만큼 페스티벌을 믿기 때문이죠.”

류 감독은 “서울국제음악제가 ‘그들만의 리그’란 소리를 듣는 음악이 아니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잔치로 꾸미고 싶다”고 밝혔다. ‘음악을 통한 화합’을 주제로 내건 이번 축제에는 펜데레츠키를 비롯해 아르토 노라스(첼로, 핀란드), 랄프 고토니(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폴란드 국립 방송교향악단, 김정원(피아노), 김소옥(바이올린) 등 동서양, 거장·신예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들이 대거 참가한다.


“그들만의 리그 아닌 ‘화합 축제’ 될겁니다”
그는 음악제 주제와 관련해 “올해 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고 고통당하는 것을 보고 음악을 통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공연이 초청한 연주자들이 준비한 레퍼토리를 듣는 것이었다면, 이번 음악제는 화합이란 큰 주제 아래 각각의 공연마다 화합을 담은 작은 주제를 짜고 작품과 연주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2일 개막 연주는 ‘이념을 넘어서 평화와 화합의 멜로디’라는 작은 주제 아래 팔레스타인 출신 무슬림 바이올리니스트 아이만 무사하자예바(카자흐스탄)와 이스라엘 출신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로이 실로아가 펼치는 협연 무대로 꾸며진다. 두 사람은 류 감독의 요청에 따라 바흐의 <두 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으로 종교와 이념을 넘어 평화와 화합을 연주하게 된다. 특히 무사하자예바는 무슬림으로는 보기 드물게 국제 클래식 음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평화홍보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실로아도 15살 때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세계 투어를 했던 실력파다. 류 감독은 “무사하자예바는 음악을 무기와 생명수라고 믿으며 평화를 위해 전세계 분쟁 지역을 누비는 존경을 받는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실로아도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을 선뜻 해주었다”며 “자기에게 어떠한 불명예가 오더라도 감수할 수 있다고 믿는 음악가”라고 칭찬했다.


이번 음악제는 스승 펜데레츠키와 제자인 류 감독이 함께 만드는 무대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펜데레츠키의 <라르고>(2003)와 <현악3중주>(1990~1991), <교향곡 8번>(2007)이 한국에서 초연되며, 제자인 류 감독의 <진혼교향곡>(2008)도 아시아에서 처음 연주되기 때문이다. <진혼교향곡>은 30일 유명 음반사인 낙소스의 음반에 <바이올린협주곡 1번>과 함께 담겨 전세계에 동시 발매될 예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폴란드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폴란드 방송교향악단과 크라쿠프 국립라디오합창단, 카메라타 실레지아 합창단, 소프라노 김인혜 서울대 교수가 초연했던 곡이다.

“본래 이름은 <심포닉 레퀴엠>(교향 진혼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펜데레츠키 선생님이 음악을 듣고 난 뒤 레퀴엠에서 어떤 요소를 가지고 온 교향곡이니 <신포니아 다 레퀴엠>으로 이름을 짓자고 하셨어요. 베토벤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스승과 제자’라는 이름으로 펜데레츠키 선생님의 <바이올린 콘체르토>에 이어 메인 곡으로 연주되어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번 음악제는 그동안 많은 분에게 받은 것을 나눠주기 위해 저 나름의 노력이 만들어낸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며 “작곡가는 작품으로 말하듯 앞으로도 작곡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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