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5 22:30
수정 : 2009.05.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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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 아르헤리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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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 아르헤리치 페스티벌
“도대체 저 여인은 나이를 어디로 먹는 걸까?”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나 음반, 영상물을 접할 때면 나오는 감탄이다. 최근 연이은 내한 공연으로 ‘친숙한 카리스마를 가진 피아노의 여제’ 로 변신한 그의 연주는 진한 감동과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다.
일본 벳푸 아르헤리치 뮤직 페스티벌의 하나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아르헤리치 공연은 이 축제 음악감독인 그의 의견대로 젊고 재능있는 음악가들과의 영감 넘치는 만남이 주제였다. 완숙한 연주가의 길을 넓혀온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천재 트럼페터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미국과 유럽을 누비는 여성 지휘자 성시연, 명실공히 올스타 오케스트라인 팀프(TIMF) 앙상블이 호흡을 맞췄다.
아르헤리치의 음악적 ‘젊음’ 은 슈만의 <환상 소곡집 작품 73>을 나카리아코프와 연주하는 모습에서 감성적으로 흘러 넘쳤다. 유려한 흐름과 탄력 있는 악센트, 솔로 악기와의 긴장감 있는 대화에 이르기까지 원숙함과 여유, 충만한 열정으로 연주를 마무리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초기작 <피아노 협주곡 1번>의 경우도 그는 작품에서 요구되는 화려함과 어두움의 공존, 기교와 센티멘탈한 분위기의 연출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해석을 보여주었다. 진폭이 큰 템포 설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스케일,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듯 무서운 탄력의 손놀림은 아르헤리치만의 장기라고 하겠다. 나카리아코프의 화답도 완벽했는데, 정확한 리듬감과 악기간의 적절한 균형감각이 탁월했다.
임동혁이 연주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사장조>는 국내에서 그가 처음 선보인 야심작. 시종 스피디하게 설정된 깔끔한 템포가 정제된 피아니즘을 그려냈고, 때로는 선굵은 표정으로 건강미 넘치는 프랑스 서정을 표현했다.
성시연과 팀프 앙상블의 세련된 합주역시 이 날의 하이라이트. 딜리어스의 <오페라 간주곡>과 아이브스의 <대답없는 질문> 등은 공연 전반에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제공한 선곡이었다. 성시연의 꼼꼼한 리더쉽은 오버 액션 없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김주영/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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