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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9 19:07 수정 : 2009.07.09 19:07

<청계천에서>(1989)

‘올해의 작가 2009-서용선’전

화가 서용선(전 서울대 미대 교수)씨는 선이 무척 굵다.

드로잉을 해도 굵은 붓으로 썩썩 그린 것이 꼭 매직펜 같다. 뼈대와 동세만 있을 뿐 우수리가 없다. 그가 다루는 주제 역시 그렇다. 소나무, 단종, 한국전쟁, 도시인 등 의식이 뚜렷해 더하고 깁고 할 게 없다. 작품 속 배경들은 지시적 역할뿐이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에서 풍기는 아우라(작품 고유의 분위기)에 주제가 고스란하다.

기세등등한 아우라는 강렬한 색과 주제가 조응하면서 생겨난다. 그가 다루는 한국사의 주제는 비극이다. 조선국과 이씨 왕조 사이에서 가뭇하게 사라진 단종, 빨갱 퍼렁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영문 모른 채 희생된 난민이 그렇다. 붉은 땅에 피어난 사철 푸른 소나무와, 임립한 도시 구조물 사이에 외따로 서식하는 도시인들 역시 비슷하다. 즐겨쓰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은 이런 상황에 맞춤하다.

그의 작업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대표 상징은 무엇일까,우리의 색은 왜 억눌려 있을까, 우리한테는 왜 진정한 역사화가 없을까 등등. 막장 광부처럼 물음을 탐구한 결과가 작품이다. 그의 붓끝에서 550년 전 단종이 15살 소년으로 되살아나고, 해마다 6·25가 돌아와도 누구라 돌아보지 않는 무지랭이들이 표정을 얻는다.


<분할점령>(2006)
작품이 초벌구이처럼 생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생생함은 곧 외로움. 작가는 색과 형태, 또는 주제를 두고 갈라진 패거리 미술판에서 외롭다. 비슷하게 선한 눈빛을 가진 동료·제자들이 강원도 철암으로 모일 뿐이다. ‘조국 근대화’에 속살을 다 퍼주고 허깨비가 된 도시를 8년째 오가며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최근 들어 그는 선사시대, 조각·설치로도 지경을 넓히고 있다. 굵고 강렬한 터치로써 이를 수 있는 영역인 까닭이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 2009-서용선’전에 가면 그의 회화 50여점, 조각 10여점, 드로잉 1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9월20일까지. (02)2188-6000.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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