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8.23 21:45 수정 : 2009.08.23 21:45

연극 <날 보러 와요>

‘누가 내 언니를…’ ‘날 보러와요’ ‘수업’
창작뮤지컬·연극으로 불안심리 파헤쳐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지만 여전히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며,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맥 못 추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이 무더위가 언제 갈지 알 수 없다. 무더운 여름 공연가에서는 대극장을 중심으로 시원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급 공연이, 소극장에서는 서늘한 공포물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오싹한 공포로 불쾌지수마저 날려버릴 공연을 소개한다.

먼저 창작 뮤지컬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22일~9월27일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블루)가 눈에 띈다. <누가 내 언니를…>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살해되고 죽은 여인의 살인범으로 그의 남자 친구가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러브 스토리. 제목이나 설정에서는 공포 뮤지컬의 냄새를 풍기지만, 사실 이 뮤지컬은 사랑받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등의 인간 내면 심리를 파헤친 작품. 뮤지컬 <밑바닥에서>와 <오디션>으로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준 오픈런뮤지컬컴퍼니의 박용전 대표가 직접 대본부터 작사·작곡·연출까지 도맡아 만들었다.


연극 <날 보러 와요>(9월20일까지 서울 신촌 더 스테이지)도 볼만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 된 이 작품은 1986년부터 6년에 걸쳐 일어나면서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23년이 지난 지금 공소시효는 끝났고,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되었다. 범인에게 ‘이 연극을 관람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붙였다는 제목은 ‘옆에 앉은 관객이 혹시 범인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들며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이번 공연에는 영화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로 출연하며 봉준호 감독의 총애를 받은 송새벽이 시인 지망 형사인 김 형사로 출연중이다.


<누가 내 언니를 죽였나>
마지막으로 오는 30일 막을 내리는 극단 노을의 연극 <수업>은 프랑스 부조리극의 대표 작가인 에우제네 이오네스코의 같은 제목 희곡을 무대화한 작품. 작품은 학생을 폭행하고 강간하며 종국에는 살인하는, 이상행동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교사를 통해 공포를 유발한다. <수업>은 이런 설정을 통해 소통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넌지시 고발하고 있다. 또한 폭력과 살인, 사이코패스라는 극단적 소재와 부조리한 상황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안겨준다. 작품은 9월4일에 시작하는 2009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한 번 공연될 예정이다.

공연에서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이나 충격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극장은 관객의 오감을 열도록 이끌어, 관객이 오감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올여름 극장에서 더위도 피하고, 불쾌지수도 낮추며, 스트레스마저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