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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5 18:02 수정 : 2009.08.25 19:08

페인팅 퍼포먼스 ‘자화상’ 연습 현장

페인팅 퍼포먼스 ‘자화상’ 연습 현장

경기도 안양시 비산시장 안 골목. 허름한 미술학원을 개조한 20평 남짓한 공간이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의 연습실이다. 연습실이라지만 흔한 전면거울조차 없다. 페인트 칠할 만한 벽면이 그곳이 연습실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 비좁고 허름한 공간에서 온갖 상상력이 태동한다. ‘꽃’의 대다수 작품들이 바로 여기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지 2주일. 공연을 앞둔 월요일, 단원들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Space)111 공연을 앞두고 <자화상>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
허름한 공간서 피나는 연습
27일부터 두산아트센터서

페인트 퍼포먼스 <자화상>은 2007년, 2008년 과천한마당축제에, 올해 안산거리극축제에 공식 초청된 뒤, 지난 7, 8월 프랑스 샬롱거리극축제에 공식 참가하고 모를레거리극축제 공식 초청 공연을 마친 작품. 샬롱거리극축제는 세계 최대의 거리극 축제로 꼽히는 축제로 여기 참가했던 <자화상>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벗어나 인간성의 강물 위로 합류하게 해주는 시적인 입맞춤”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 프랑스 공연을 마친 지 3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연습은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한다. 그 열기에 에어컨은 이미 무용지물이다.

“자연에서 펼쳐지는 거리극은 배우가 땅을 밟고 대자연과 호흡하며 연기를 펼치지만 실내 공연에서는 이런 자연의 아우라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수정과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꽃’의 대표인 이철성(사진)씨는 그렇게 말하며 연습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서울대 불문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까지 수료한 이씨는 스즈키 다다시의 연극에 매료돼 공연에 투신했다. 이후 이스라엘 ‘시각연극학교’를 졸업한 그는 아내와 함께 2000년 이스라엘에서 극단을 창단하고, 2004년 귀국하여 ‘꽃’이라는 이름으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꽃’은 비주얼아트와 퍼포밍아트가 결합된 시각연극을 추구하고자 조직된 극단입니다. 이미지로 소통하자는 게 목표인 만큼 극단명도 이미지와 향을 가진 ‘꽃’이라고 정한 겁니다.”


이철성 ‘꽃’ 대표
‘꽃’이 이번에 선보이는 공연 <자화상>은 <인 더 페인트, 댄스>(In The Paint, Dance)와 <자화상>으로 이루어진 공연. 1부의 <인 더 페인트, 댄스>는 15분짜리 짧은 소품으로, 벽면에 그린 페인트로 한 남자를 그 공간에 가두는 작품. 2부의 <자화상>은 이를 확장한 작품으로, 페인트와 영상에 의해 결박당한 남자가 자신을 가둔 남자와의 역할 바꾸기를 통해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두 사람만 모여도 일종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는 스토리를 통해 결국은 자기검열을 말하는 작품. 귀 기울인 점은 거의 마임처럼 침묵으로 일관된 극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대사다.

“너는 복숭아 같고 / 복숭아 꽃줄기 같고 / 여린 눈물 같고 / 거울에 비치인 햇살 같고 / 너는 봄 같고, 여름 같고 / 나무 그늘에 놓인 귤 같다”를 응용한 대사는 이씨가 최근 낸 시집 <비파 소년이 사라진 거리> 속의 ‘너는 복숭아 같고’라는 시의 일부다. 1998년 <식탁 위의 얼굴들>로 시인으로 등단한 이씨. 그래서 그의 작품은 시적이다. 미술과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의 작품은 서사보다는 묘사에 가깝고, 서사를 과감하게 파괴한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연극과 궤를 달리한다. 그의 시는 영상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반대로 그의 공연은 시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시대의 관성을 넘는 탄력을 가진 작품에 비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씨는 말한다.


“전 예술이 자유에 대한 부르짖음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관객이 얼마나 들었나, 어떤 극장에서 공연했나, 또 어떤 이름 있는 사람과 협업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진정한 예술가라면 이런 속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한두 명이면 어때요? 찐하게 소통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죠. 그게 바로 최고의 공연 아닐까요? 모름지기 예술은 그런 경제적인 돈, 사회적인 명성에 반항하는 것이니까요.”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의 페인팅 퍼포먼스 <자화상>은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27일부터 30일까지 공연된다. 새로운 예술을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이다. (02)889-3561.

글 김일송 씬플레이빌 편집장 ilsong@sceneclub.com , 사진 더미스튜디오 김승환 실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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