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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인 기무사’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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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인 기무사’ 전시회
군사독재 시절 음모 정치의 본산이던 서울 소격동 옛 기무사령부 본관에서 푸닥거리가 열리고 있다. 지난 2일 개막한 전시 ‘플랫폼 인 기무사’(25일까지)가 그것. 기무 부대가 옮겨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빈 공간에서 치러지는, 제대로 된 전시다. ‘기억의 공허’쯤으로 풀이되는 ‘보이드 오브 메모리’를 주제로 101명(팀)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해 주로 음의 기운을 몰아내고 생명을 담아내는 작품을 냈다. 국내외 작가 101명 지하벙커 등서정부 선전 패러디물·평양 몰카 등
공간에 생명 불어 넣는 작품 그득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선일보사가 젊은 예비 작가들의 작품을 팔아준다며 이곳에서 판을 벌이고 입장료를 챙긴 ‘아시아프’ 전과는 격이 다르다는 평이다. 전시는 본관, 체육관, 복지관, 운전병 대기실, 별관 등에서 벌어진다. 작품의 내용은 물론, 작품과 어우러진 옛 기무부대의 그림자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국과 자유는 우리의 생명/멸공의 깃발 아래 함께 뭉쳤다/악마의 붉은 무리 무찌르고서/영광의 조국 통일 앞장을 서리…” 작가 이수경씨는 기무부대 군가를 느릿느릿한 ‘정가’(正歌)로 바꾸어 의미를 지우고, 정화수를 팔주령 모양으로 놓아 음산한 기운을 상쇄하고자 한다. 우순옥씨는 복지관 옥상의 빈 온실을 싱싱한 식물로 가득 채워 회색빛 군사시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처음 공개된 지하벙커를 이용해 윤수연 작가는 작품 <다섯 개의 시선>을 설치했다. 1층 건물 일부를 뚫은 비밀 계단을 내려가면 음산한 기운에 퀴퀴한 냄새가 실려온다. 취조실인 듯한 복도 끝 암실은 벽면 크기의 창문 가운데로 또다른 대형 홀과 연결되는데, 작가는 곳곳에 비밀스런 시선을 두어 공간을 패러디한다. 작가 장승민+정재일 짝은 옛 운전병 대기실을 거대한 공명통으로 삼아 신나는 음악을 틀면서 옛 잔재를 털어낸다. 일본 작가 미야나가 아이코는 본관에서 떼어낸 문짝 60여개로 만든 설치작품으로 문 뒤에서 일어났던 일을 증언하며, 덴마크 팀 에이브이피디(AVPD)는 거울을 이용해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를 만들었다. 영문 모른 채 끌려왔던 이들의 기억을 환기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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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순옥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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