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10.12 17:59 수정 : 2009.10.12 17:59

화원화가 유숙(1827~1873)의 <오수삼매>. 화면을 가득 채운 건장한 승려가 무릎에 기대어 잠들었다.

간송미술관 도석화 특별전

한해 두번 개방하는 간송미술관이 추계특별전을 열면 서울 성북동에 비로소 가을이 든다. 이번 전시는 ‘도석화 특별전’으로 18일부터 11월1일까지 도석화 100여점을 선보인다.

도석화는 도가화와 석가화를 아우르는 옛 그림의 한 장르로, 중국 북송 휘종 때 <선화화보>(1120년)에 처음 용어가 등장한다. 도가화는 신선도. 도를 닦아 불로장생한 전설 속 인물들을 그린 그림이다. 자주 나오는 등장인물은 철괴, 종리권, 서왕모, 동방삭, 마고, 수노인, 노자, 종규 등이다. 석가화는 선화 또는 선기화가 주류인데, 선의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달마, 포대화상 등의 그림이 이에 해당한다. 형상과 성질을 필묵으로 함축해서 표현하는 도석화의 특징상 굵은 먹선, 감필법이 쓰이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상화가 출현하게 됐다.

이 땅에는 고려 때 전래됐으나 현전하는 것은 조선 초기 작품부터다. 풍속화, 인물산수화 등에 비해 작품 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제도권에서 벗어난 도가의 모호한 정체성 덕분에 오히려 이념적 부담 없이 그림 소재로 받아들여졌다. 조선시대의 경우 정조 때 단원 김홍도에 의한 진경풍 도석화가 유명하다. 단원이 불교에도 정통하고 북학 수용 의지가 강한 정조의 의중을 읽었을 것이라고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설명했다. 사회가 안정되면서 장수와 부, 강녕 등 오복에의 의지가 강해지며 그것이 예술에 반영된 것이 도가화로 드러난다는 해석이다.

조선시대 도석화는 중국 회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화풍이 보인다. 목숨을 관장하는 남극노인의 머리가 중국에서는 어김없이 문어대가리 모양인데, 조선의 것은 그렇지 않으며 등장인물의 얼굴은 조선 사람을 빼닮았다. 또 유불 선의 인물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중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또다른 특징으로는 해학과 골계미를 꼽는다. 포대화상이 크게 하품하는 김득신의 작품이나 나한이 이 잡는 모습을 그린 이인문의 작품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도석화는 진경산수화의 흥망과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중국풍으로 시작해 심사정의 그림에서 한국적 특징이 나타났고, 김홍도에 이르러 난만해져 일가를 이뤘다. 이어 추사대에 이르러 중국풍 속에 한국풍이 잔존하다가 19세기 말 장승업의 작품에서 무분별한 청 문물 수입으로 완전히 중국풍으로 바뀐다. 그러한 영향은 조석진, 안중식, 김은호, 노수현 등의 근대 작품으로 이어지는데, 오늘날 그런 그림이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한국적 색깔을 잃은 탓이라고 최 실장은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