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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밴드 ‘스왈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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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밴드 ‘스왈로우’
서울 홍대 앞에서 이기용은 세 종류의 자아로 분화한다. ① 12년 관록의 록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더. ② 음악인을 비롯한 문화계 인사의 사랑방이 된 술집 ‘바 샤’의 사장. ③ 1인 밴드 ‘스왈로우’의 멤버. 그가 이번에 세 번째 자아로서 일을 벌였다. 스왈로우 3집 <잇>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된 2집 <아레스코> 이후 2년 만이다. 새 음반의 첫인상은 우선 밝아졌다는 점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흥겨운 스트로크로 시작하는 첫 곡 ‘쇼’와 감미로운 기타팝 ‘자이언트’가 대표적이다. 어쿠스틱을 바탕으로 한 기본 노선은 그대로지만, 밑바닥까지 침잠한 감성을 노래했던 이전 음반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여성 가수 루네가 모든 곡에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거의 듀엣이나 다름없다. 루네의 달콤쌉쌀한 음색이 이기용의 차분한 저음과 잘 어울린다. 허클베리핀 리더에 주점 사장까지3집 앨범에 두 전직 대통령 추모곡
“수많은 사람 눈물에서 희망 찾아” “특별히 밝게 만들려는 의도는 없었고요, 그냥 곡 쓸 당시의 저를 표현한 거예요. 제 음악 철학에는 두 가지 중심이 있어요. 하나는 록에 대한 무한한 헌신이고, 또하나는 포크와 팝에 대한 정서죠. 팝은 1980년대 ‘라디오 키드’ 시절 귀에 달고 산 음악이고, 포크는 기타와 목소리로만 이뤄진 가장 원시적인 형태이기에 음악의 핵심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 모두를 아우른 게 이번 앨범이죠.” 지금껏 그는 허클베리핀으로 4집 음반까지 냈다. 굳이 스왈로우로 따로 음반을 내는 이유는 뭘까? “허클베리핀은 사회적이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록 밴드죠. 하지만 사회적·정치적 인간 뒤엔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면모도 있는 법이거든요. 레닌도 혼자 차 한 잔 마시며 공상하는 인간일 테고, 심지어 히틀러도 그런 면이 있지 않겠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허클베리핀 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이렇게 따로 음반을 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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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왈로우 3집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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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왈로우 앨범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5년 동안은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허클베리핀의 록에 더 미치고 싶어서”다. “내년 5월 나올 허클베리핀 5집은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이기용은 오는 29일 홍대 앞 카페 벨로주의 작은 무대에 오른 뒤 내년 1월 스왈로우 단독공연을 할 예정이다. 그러고는 험한 세상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는 허클베리핀의 리더로 돌아갈 것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샤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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