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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지폐가 있는 정물, 2008(김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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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8명 음식에 대한 사유 풀어
사형수의 식사·스피커 식탁…
먹을 것에 녹아든 욕망·이상 그려
‘식사의 의미- 여덟가지 이갸기’ 전
촛불을 곁들인 채식 정찬, 오렌지 세 조각과 야채샐러드, 어머니가 권한 햄버거 한 개, 신선한 오렌지 주스 한 잔….
스위스 출신의 작가 바르바라 카벵은 우연히 미국 텍사스 주 사형수들의 범죄 행위와 얼굴 사진, 그리고 식사 주문서가 담긴 서류를 보게 된다. 주문서는 다름 아닌 사형 8시간 전에 제공되는 마지막 식사. 그는 주문서대로 마지막 식사를 재현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밑에서 조명광선이 올라오는 식탁 모양의 라이트 박스로 만든 다음 해당 사형수의 신상과 범행 기록을 첨부하여 작품으로 만들었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는 여느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과장되거나 축소된 욕망으로 드러날 뿐.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범죄에 대한 혐오와 연민, 그들을 품지 못한 사회와 제도에 의한 살인 등을 생각하게 만든다.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12월27일까지 열리는 ‘식사의 의미-여덟가지 이야기’ 전에서는 바르바라 카벵을 비롯한 8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음식에 대한 사유를 만날 수 있다. 음식은 맛, 냄새, 색깔, 감촉, 소리 등 오감으로 먹는 것. 음식에는 만든 이와 먹는 이의 선택이 들어 있으며, 음식이 만들어진 사회의 문화가 섞여 있다. 그러므로 ‘음식은 무엇이다’라고 단답형으로 정의하기 힘들 터이고 음식을 통하면 발언하지 못할 바도 없지 싶다.
이유정씨와 김영섭씨는 음식은 욕망임을 말한다. 이씨가 쌓아 올린 음식 탑은 알록달록한 것이 각각의 맛을 색깔로 치환해 놓았다. 그것들은 고혹적인 색으로써 침을 고이게 만들지만 동시에 위태로워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하다. 김영섭씨는 소리로써 식탁을 차렸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분명히 다르다는 거,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어디서나 만나는 거 아니죠, 시대의 역작, 놀랄 만한, 다 가져가시는…” 소리설치 작업을 하는 김씨가 그릇을 대신해 스피커로 차린 식탁에는 홈 쇼핑에서 채집한 말의 성찬이 담겨 있다. 작가는 욕망의 소비를 끊임없이 부채질하는 사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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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식사788, 2000(바바라 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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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여는 유근택 개인전(29일까지) ‘만유사생’(萬有寫生)에 걸린 대형작품 ‘어떤 만찬’ 역시 인간의 욕망과 정치적 거래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02) 736-4371.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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