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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미 가일미술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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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미 가일미술관 큐레이터
분교어린이·치매노인·노숙인 등 미술·음악 교육
원주·청송교도소선 재소자 그림 전시회도 열어
참 이상한 큐레이터도 있다. 2003년 경기도 가평군에 개관한 가일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 홍성미(47)씨. 큐레이터는 미술관, 박물관 안에서 작품 연구, 전시 기획, 교육을 맡는 직업을 이르는데, 그의 일은 미술관 ‘안’이 아니라 ‘밖’에서 이뤄진다. 그것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소외 현장에서.
지난 18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평군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 학교 강당 겸 식당에 3, 4학년 어린이 24명 전원이 모여들었다. 홍씨와 보조강사인 화가 김태석, 홍성엽씨가 보따리를 풀었다. 아이들한테 도화지, 크레용, 색연필이 나누어졌다. “여러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잘 알죠? 이탈리아의 15세기 화가인데, 그 분이 상상 속으로 그렸던 것들이 모두 현실화 되고 있어요. 비행기, 잠수함, 헬리콥터 등이 그거예요. 상상은 창조로 이어지는 첫 단추죠. 우리 상상 속의 동물을 그려 보아요.”
신종플루 접종이 이뤄지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머릿 속에서 희한한 이미지를 끄집어냈다. 머리 둘 달린 공룡, 화산 위에 우뚝 선 애꾸돼지, 애벌레처럼 생긴 길다란 동물 등등. 세 사람은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모양과 색깔, 화면 구성을 이야기했다. 예정된 두 시간은 금방 지나 점심 배식이 시작될 무렵에야 마무리됐다. 3학년 담임 이동준 교사는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시골 분교에서 전문가들의 방문 교육은 아주 소중한 체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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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미술관 홍성미 수석큐레이터는 찾아가는 미술관 교육을 자청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청송 직업훈련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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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활동은 교도소로 확대되었다. 원주, 청송 교도소를 30차례 방문해 두 시간씩 미술을 가르쳤다. 연필 쥐는 법도 모르던 이들이 개발괴발 자화상에서 시작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청송에서는 교도소 안 복도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자기가 그린 그림에 스스로 놀랐고 ‘아마추어 화가’를 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재소자 가족들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해오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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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미술관 홍성미 수석큐레이터는 찾아가는 미술관 교육을 자청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 정배분교에서의 현장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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