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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뮤지컬 <화려한 휴가> 쇼케이스에서 만난 연출가 권호성(오른쪽)씨와 작곡가 미하엘 슈타우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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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0주년 뮤지컬’ 가슴 졸이는 두 남자
“미소를 지어라! 눈물을 거둬라! 우리 말은 없어도 펄럭이던 함성, 다시 또 우리는 해방을 꿈꾸리…, 광주 내 사랑아! 오늘은 죽어도 우리 내일 다시 만나리….” 지난 8일 오후 광주시 유스퀘어문화관 동산아트홀은 애끓는 노래들로 메아리쳤다. 5·18 광주항쟁을 다룬 뮤지컬 신작 <화려한 휴가>의 울림이었다. 2년 전 나온 화제의 영화 원작을 새롭게 재해석한 얼개로 내보인 이날 신작 무대는 오는 5월 항쟁 30돌을 기념하는 본공연에 앞서 펼쳐진 쇼케이스(선보임 공연). 쉴 새 없이 흘러나온 노래 20여곡과 배우 60여명의 열정적 몸짓, 그 앞에서 연출가 권호성(47·쇼앤라이프 대표)씨와 작곡가 미하엘 슈타우다허(45·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교수)는 한시도 눈길을 떼지 않았다. 이 뮤지컬의 뼈대를 짠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가슴 졸이며 공연을 지켜보았다. 한국 연출가 권호성“한국에만 보이고 싶지 않은 작품…완성도 높은 음악 5·18에 축복” “우리 둘은 광주 사람도 아니고 5·18 때 현장에 있지도 않았지만 그때 정서와 엑기스가 그대로 작품에 녹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휴머니즘이거나 평화에 대한 메시지, 어떤 억압에 대한 용솟음일 수 있겠죠.” 생경한 80년 광주의 재현, 하지만 의욕은 넘친다. “<화려한 휴가>를 특정 지역에서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계속 모니터링하고 수정·보완해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어야죠.” 권씨는 “뮤지컬의 승패는 음악”이라며 “창작 뮤지컬에서 이 정도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낸 것은 5·18에 최대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작곡가 미하엘은 뮤지컬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음악이 너무 무겁거나 선정적이지 않고 역사적 사건에 초점을 맞춘 휴먼드라마를 담으려 했다”는 설명이다. “처음 뮤지컬 넘버 20곡 정도를 생각했는데 작곡하다 자꾸 욕심이 생겨 작품 도입부 등 40곡을 오늘 새벽까지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권씨는 뮤지컬계에 잘 알려진 중견 연출가. <블루 사이공>과 <황진이>, <7인의 천사> 등과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사건> 등을 만들었다. 미하엘은 영화 <청연>과 <인디언 썸머>의 작·편곡으로 두 차례 대종상영화제 음악상을 받은 실력파. 둘은 2006년 뮤지컬 <황진이>로 처음 만나 친분을 쌓아왔다. 독일 작곡가 슈타우다허
“5·18때 한국정부에 항의편지 써…광주 위로하는 일 맡게 돼 행복”
한국의 현실 정서에 밝지 않을 듯한 미하엘이 선뜻 이 작품의 곡을 짓겠다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1980년 독일에서 5·18 항쟁을 접할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현지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일했던 누나 손에 이끌려 항의시위에 나선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영어로 항의 편지를 쓰고, 길거리에서 시민 서명을 받아 한국 정부에 보냈지요. 훗날 한국에서 5·18 작업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광주 시민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었죠. 그들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작업을 맡게 돼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미하엘은 이날 쇼케이스에서 뮤지컬 넘버 24곡을 포함해 30곡 가까이 발표했다. 특히 시민군의 합창인 메인곡 ‘광주 내 사랑’과 주인공 민우와 신애의 사랑의 테마인 ‘다시 부르는 사랑’, 극 끝머리 도청에서 부르는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등은 항쟁에 참여했던 나이 든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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