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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로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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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로댕’전 8월22일까지
포효하려는 침묵일까. ‘생각하는사람’은 먹이를 덮치려 잠복한 사자의 기세로 웅크리고 있다. 청동상으로 낯익은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이 걸작이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 채색 석고 조각으로 앉았다. 고뇌하는 이의 침묵 대신 이 석고상이 내쏟는 건 불온한 움직임의 ‘예감’이다. 관객의 시선 속으로 튀어나오려는 힘살의 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각하는사람’의 온몸은 우리 시선과 반대쪽으로 전력을 다해 치받으며 나오려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특별전 ‘신의 손 로댕’(8월22일까지)은 끊임없이 꿈틀거리거나 움찔거리는 로댕 조각들의 활력을 되새김하게 된다. 생각하는사람은 전시 앞부분의 시선을 규정하는 중심이다. 이 상이 보이는 2층 어느 쪽에서나 돌진하려는 듯한 근육질의 야수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로댕의 조각은 당시 인상파 회화의 붓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표면은 매끈하지 않다. 항상 굴곡으로 넘치며 그래서 꿈틀거린다. 명암으로 얼룩지는 로댕 조각의 표면은 근대 문명의 불확실한 역동성에 대한 나름의 극적인 반영이다. 전시 마지막을 장식한 발자크의 기념상에서 로댕은 배가 나온 뚱뚱하고 추레한 중년의 알몸 남자를 이런 굴곡의 미학으로 고결한 인간 정신이 꿈틀거리는 문학의 사도상으로 탈바꿈시킨다. 로댕의 활력과 생기는 곧 정염, 에로스의 세계로 이른다. 연인이자 동료였던 카미유 클로델의 ‘로댕 상’, ‘왈츠’와 함께 나온 그의 ‘입맞춤’과 ‘영원한 우상’은 끓어오르는 애욕의 적나라한 실체일 것이다. 파리 로댕미술관에서 빌려온 초기~말기 작품 180점을 망라했다. 1577-8968.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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