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04 21:14
수정 : 2010.05.04 21:14
|
레프 도진 ‘말리극장’ 서울 온다
|
체호프 4대 장막극 ‘바냐아저씨’ 공연
삶의 고통 승화…‘세계 최고 앙상블’
연극계의 거장 레프 도진(66)이 이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이 안톤 체호프의 연극 <바냐 아저씨>를 8일까지 서울 엘지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2001년 <가우데아무스>, 2006년 <형제자매들>에 이어 세번째 한국공연. 현대 러시아 공연예술의 이론가인 스타니슬랍스키의 유산 위에서 레프 도진 특유의 실험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연극언어를 펼친다. 올해 탄생 150돌을 맞은 체호프의 정통 러시아 연극의 진수를 맛볼 기회다.
<바냐 아저씨>는 <세자매>, <벚꽃동산>, <갈매기>와 함께 체호프의 4대 장막극으로 꼽힌다. 모스크바 근교의 시골을 배경으로 죽은 누이의 딸 소냐와 함께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가꾸면서 살아가는 농장지기 바냐에게 누이의 전남편인 노교수 세레브랴코프와 젊은 새 아내 엘레나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애증의 소용돌이를 그렸다. 극중 대사처럼 “삶은 지루하고 고통스럽지만 참아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1899년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전설적인 배우 겸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 연출로 초연해 큰 성공을 거뒀다. 러시아 사실주의 작가 고리키는 체호프에게 “<바냐 아저씨>를 보고 여자처럼 울었습니다. 저는 예민한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말입니다”라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스타니슬랍스키의 수제자 보리스 존에게 연출을 배운 도진은 <바냐 아저씨>를 체호프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꼽는다. 그는 “20년 동안 계속 생각해 왔으나 감히 손을 대지 못”하다가 2003년 드디어 연출을 시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말리를 위대한 극단으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바냐 아저씨>에서 보여주듯이 인간 감정의 정수를 잡아내는 디테일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레프 도진은 러시아 연극 최고 권위의 황금 마스크상을 세 차례 수상했고, 피터 브룩과 하이너 뮐러(1929~1995) 등이 받은 유럽 연극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연출가로 평가받고 있다. 1983년 말리극장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말리극장을 세계적인 예술극장으로 키웠다. 거장 피터 브룩은 말리극장을 “세계 최고의 앙상블”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데이비드 보롭스키가 무대디자인을 맡았고, 이고리 이바노프, 옐레나 카리니나 등 말리극장의 간판 배우들이 출연한다. (02)2005-0114.
정상영 기자,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