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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김재엽(37·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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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연출 김재엽
용산참사 악몽 다룬 연극
20년 뒤 거기선 무슨 일이…
젊은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 김재엽(37·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씨는 상업적인 연극이 득세하는 한국 연극계에 고집스레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별난 인물이다. 학생 운동의 마지막 세대인 91학번들의 가슴 아픈 추억담을 그린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와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오늘날의 20대를 다룬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등을 발표해온 그가 또다시 부조리한 우리 현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용산 4구역에서 일어난 참사를 그린 신작 연극 <타인의 고통>을 25일 대학로 혜화동의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무대에 올렸다. 그가 직접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용산 참사’ 이후 20년 뒤 그 당시 불타던 남일당 건물과 철거민들, 경찰들과 용역들의 현주소, 그리고 그 일을 망각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난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운명과 대비시켰다. “2009년에는 ‘용산 참사’, ‘노 대통령 서거’등 많은 죽음의 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에 슬픈 연민에 젖어서 울고 추모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쉽게 잊어버리죠. ‘용산 참사’도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마치 엄청난 과거처럼 느껴지는 실정입니다. 억울한 죽음들이 더 이상 세레머니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연극 제목 그대로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들여다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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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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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대륙을 잃고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나가 격리되어 살고 있는 ‘인디언들의 운명’과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뉴타운의 꿈’에 희생되어 토건개발주의자들에게 쫓겨난 ‘대한민국 원주민의 운명’은 겹치는 것이 많습니다.” 그는 “연극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그와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극단 드림플레이의 배우 선명균, 백운철, 이현호, 서정식, 권민영, 김진성, 김영진, 한상완씨 등이 출연했다. <타인의 고통>은 연출가 동인 집단인 혜화동 1~4기가 모여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2010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의 시즌2 시리즈 ‘1번지 혈전’의 두번째 작품으로 6월6일까지 공연된다. (02)3673-5580.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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