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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26 22:17 수정 : 2010.05.26 22:17

극작가 김재엽(37·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씨

‘타인의 고통’ 연출 김재엽
용산참사 악몽 다룬 연극
20년 뒤 거기선 무슨 일이…





젊은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 김재엽(37·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씨는 상업적인 연극이 득세하는 한국 연극계에 고집스레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별난 인물이다. 학생 운동의 마지막 세대인 91학번들의 가슴 아픈 추억담을 그린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와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오늘날의 20대를 다룬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등을 발표해온 그가 또다시 부조리한 우리 현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 용산 4구역에서 일어난 참사를 그린 신작 연극 <타인의 고통>을 25일 대학로 혜화동의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무대에 올렸다. 그가 직접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용산 참사’ 이후 20년 뒤 그 당시 불타던 남일당 건물과 철거민들, 경찰들과 용역들의 현주소, 그리고 그 일을 망각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난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운명과 대비시켰다.

“2009년에는 ‘용산 참사’, ‘노 대통령 서거’등 많은 죽음의 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에 슬픈 연민에 젖어서 울고 추모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쉽게 잊어버리죠. ‘용산 참사’도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마치 엄청난 과거처럼 느껴지는 실정입니다. 억울한 죽음들이 더 이상 세레머니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연극 제목 그대로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들여다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타인의 고통’
연극은 2029년 통일 한국 서울의 뉴타운이 들어선 고급 아파트 스카이팰리스 로열층이 무대. 미국에서 인디언 멸망사를 연구한 고고인류학 교수 강성현과 그의 아내인 미대교수 민지은 부부가 귀국해 이사를 들어온다. 그러나 첫날 밤부터 초등학생 아들 도원은 계속 낯선 아저씨가 인디언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악몽을 꾸고, 두 돌이 지난 딸 소원은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려 밤새 울어댄다. 급기야 소원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지역이 20년 전 용산 4지구 남일당 건물이 있던 자리라는 것이 밝혀진다.

김 연출가는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고통의 근원을 찾아내고 해결해야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집단적인 연민 이상의 것을 찾아나가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미국의 기병대에 최후까지 맞서 ‘성난 말’(크레이지 홀스)이라고 불리었던 인디언 수우족의 영웅 타슈카 위트코를 불러내 ‘용산 참사’의 근본 원인을 되묻는다. 또 통일 후 북한 지역에서도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면서 일어날 법한 ‘제2의 용산 참사’를 우려한다.


“아메리칸 대륙을 잃고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나가 격리되어 살고 있는 ‘인디언들의 운명’과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뉴타운의 꿈’에 희생되어 토건개발주의자들에게 쫓겨난 ‘대한민국 원주민의 운명’은 겹치는 것이 많습니다.”

그는 “연극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그와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극단 드림플레이의 배우 선명균, 백운철, 이현호, 서정식, 권민영, 김진성, 김영진, 한상완씨 등이 출연했다.

<타인의 고통>은 연출가 동인 집단인 혜화동 1~4기가 모여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2010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의 시즌2 시리즈 ‘1번지 혈전’의 두번째 작품으로 6월6일까지 공연된다. (02)3673-5580.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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