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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6 20:17 수정 : 2010.07.27 13:05

페르난도 아모르솔로, 필리핀 <모내기> 1924년, 캔버스에 유채, 69x99㎝, 파울리노 퀘 부부 소장

27일 막 오르는 ‘아시아 리얼리즘’전

10개국 낯선 거장들의 걸작 104점
서로 다른 자연·삶의 풍경 한자리
70~80년대 참여 미술 작품도 경험

27일부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근대미술의 불가사의한 소우주가 펼쳐진다. 그 소우주를 빚어낸 낯선 이름의 거장들은 아시아 현대미술의 개척자들이었다.

유럽 회화 뺨치는 19세기 인도네시아 대가의 열대 숲 풍경화가 한편에 있고, 다른 편엔 논에서 일하는 여인네들의 건강한 뒤태와 습기 어린 대기의 분위기까지 붓질로 표현한 20세기 초 필리핀 국민화가의 명작이 걸린다. 독일의 민중판화가 케테 콜비츠와 어깨를 겨룰 법한 인도 대가의 어머니 그림, 한국의 1980년대 참여미술 그림들과 비슷한 70~80년대 동남아 풍자·고발 미술도 등장한다. 한국에 근대 미술의 여명도 비치기 전인 19세기 중후반 이미 경지에 도달한 동남아 작가들의 테크닉과 묘사력에 놀라게 된다.

이 전시의 제목은 ‘아시아 리얼리즘’. 한겨레신문사가 국립현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과 공동주최로 10월10일까지 펼치는 기획전이다. 지난 100여년간 숱한 곡절 속에서 뿌리내린 아시아 근대 리얼리즘 미술의 근원과 역사를 성찰하는 전시다.


암리타 셰르길, 인도 <어머니 인도> 1935년, 캔버스에 유채, 62.5x78㎝, 인도국립근대미술관 소장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10개국의 19~20세기 리얼리즘 회화의 걸작 104점을 전시한다. 2007년 ‘아시아 큐비즘’전에 이어 아시아의 근현대미술사를 정리하는 공동 프로젝트의 두번째 성과다. 지난 4월 싱가포르국립미술관에서 같은 제목의 전시를 연 데 이어 서울에서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나라마다 자연과 삶의 풍경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지만 리얼리즘이란 눈으로 모아놓고 보니 뭉클한 공감이 느껴진다.

전시 첫 부분은 아시아 리얼리즘의 초창기 이야기다. 19세기 말 현실을 사진처럼 똑같이 재현하는 기술로서 리얼리즘을 받아들였던 초창기 명화들이 모였다. 일본 화가 다카하시 유이치가 1872년 그린 유곽녀 그림인 <오이란>이나 유럽에서 수학한 19세기 인도네시아 화가 라덴 살레의 자바 풍경화는 당대 서양의 인물화, 풍경화를 빼닮은 구도다.


신학철, 한국 <한국근대사 4> 1982년, 캔버스에 유채, 128x100㎝, 개인 소장
2, 3부는 20세기 초 리얼리즘이 각 나라에 뿌리내리면서 나타난 두가지 흐름을 보여준다. 전원 자연 묘사로 민족성을 표출한 향토 화풍과, 현실에서 소외된 농민, 노동자들을 묘사한 그림들이다. 필리핀 근대화풍의 대가인 아모르솔로의 대표작으로 섬세한 풍경과 여인 묘사가 돋보이는 <모내기>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인도네시아 미술운동을 주도한 수조 요노의 악기 연주자 그림, 인도의 요절한 여성 작가 암리타 셰르길의 길거리 모자 상 등은 약자들을 향한 시선이 두드러진다. 수조 요노의 제자였던 트루부스의 <병아리와 함께 있는 여자>는 거장 고야의 인물화를 떠올리게 하는 미묘한 색감의 터치가 돋보인다. 전통 결혼식을 준비중인 앳된 소녀와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민중들의 소박한 삶과 의식 세계를 전해주고 있다.


다카하시 유이치, 일본 <오이란>(花魁) 1872년, 캔버스에 유채, 77x55㎝, 도쿄예술대학미술관 소장
리얼리즘이 싹텄던 또다른 배경은 근현대 전쟁이었다. 4부 전쟁 편에 걸리는 베트남 작가 판 케 안의 <1972년 하노이 크리스마스 폭격>은 하노이 폐허 위에 선 철모 쓴 베트남 소녀 전사의 모던한 이미지가 옻칠 화폭 위에 묘사되어 강한 인상을 남긴다.


5부 새로운 리얼리즘 편에서는 80년대 한국 참여미술 못지않게 70년대 이래 동남아시아에서도 비슷한 반체제적 참여 미술이 성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사의 온갖 사건 사진들이 괴물의 덩어리처럼 뭉쳐 꿈틀거리며 묘사되는 신학철씨의 82년 작 <한국근대사4>와 인도네시아, 타이의 빈민촌과 농촌 등을 배경으로 한 초현실적인 사회참여 그림들이 어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작가 이반 사기토의 <나는 누구인가>는 얼굴 없는 여성 3명의 실루엣으로 화해할 수 없는 시대적 모순과 대면한 개인의 내면을 암시한다. 어른 5천원, 청소년 2500원.(덕수궁 관람료 포함) 월 휴관. (02)2022-0600, asia.moca.go.kr.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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