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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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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집 내고 유학가는 ‘조규찬’
밝은 에너지 꽉 찬 ‘멜로’ 음반동료가수·가족들과 ‘공동작업’
활동 1막 정리하는 기념 공연도 조규찬은 노래와 작곡 모두 능력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음악인 중 하나다. 동료 가수들이 코러스 섭외 1순위로 꼽는 보컬리스트이자 1993년 데뷔앨범 이후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수많은 곡들을 만들어온 송라이터다. 그가 최근 9집 음반을 발표했다. 2005년 8집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다소 어둡고 깊숙하게 침잠해 들어갔던 8집과 달리 9집은 한결 밝고 편안하다. 경쾌한 베이스 리듬이 앞에서 이끌고 신나는 레게 리듬이 뒤를 받치는 타이틀곡 ‘모닝’이 대표적이다. ‘풍선’에선 이별을 노래할 때도 희망을 얘기한다. “같은 작가라도 여러 장르에 도전할 여지가 있잖아요. 8집이 에스에프(SF)나 추리물이었다면 9집은 멜로물이에요. 2004년 아내와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을 얻었어요. 행복한 일상으로부터 받은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죠.” ‘저스트 매리드’는 가수인 아내 해이와 함께 불렀다. 아들의 태어나기 전 애칭에서 제목을 따온 ‘에이프릴 송’은 온 가족의 합작품이다. 아들이 아기 때 낸 소리를 곡 중간에 넣었고, 해이가 코러스를 맡았다. “점점 열악해지는 환경에서도 음악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기가 바로 아들이에요. 아침에 아들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만해지죠.” 차분하던 목소리가 살짝 들떴다. 이번 음반에는 이소라, 정인, 스윗소로우, 박완규, 박혜경 등 동료 가수들도 한 곡씩 목소리를 보탰다. 지금껏 거의 홀로 작업해온 그였지만 이번에는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단다. “흥행과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진심으로 같이 노래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분들을 모셨어요. 그분들을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고 다듬었고요. 같이 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제3의 결과물이 나와 너무 좋았어요.” 이런 특별한 공동작업을 결심하게 된 데는 곧 다가올 공백기 이전에 내놓는 마지막 음반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는 다음달 중순 미국으로 재즈 보이스 석사과정을 밟으러 떠난다. 적어도 3년 이상 공부할 계획이다. “20여년 동안 줄곧 달려오며 퍼내기만 했지 단 한 번도 인풋이 없었어요. 이제는 뭔가 좀 고이게 하고 싶어요. 앨범을 내기 이전 습작하던 시절로, 내가 아무도 아닌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택한 게 유학이에요. 또다른 과정의 시작인 셈이죠.” 조규찬에게도 요즘 음악 트렌드는 낯설다고 한다. 음악 소비자들의 취사선택이 너무 빠르게 이뤄지기에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든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자신은 변화된 음악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적응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고속철도, 스포츠카가 있다면 마차, 달구지도 있을 수 있어요. 휴식과 느림의 미학이 있는 달구지 같은 음악도 존재할 수 있도록 장을 지켜줘야 해요. 여기엔 미디어의 책임도 있죠. 그래도 다행히 저처럼 빨라진 세상에 적응 못한, 적응하지 않으려 하는 분들이 있어 지난해 소극장 공연 내내 객석이 꽉 찼어요.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죠.” 그는 유학을 떠나기 앞서 마지막으로 느림의 미학을 관객들과 나눌 예정이다. 7월30일~8월1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9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9집 수록곡들과 역대 히트곡, 자신이 즐겨 부르던 곡들을 들려주며 음악 활동 1막을 정리하려 한다. 아내 해이와 듀엣으로 노래하는 순서도 마련한다. (02)741-066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워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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