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30 20:32
수정 : 2010.07.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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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대니얼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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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국제음악제 위촉 작곡가 대니얼푸어
“나는 음악이 인간의 가장 깊숙한 것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 시절부터 모차르트를 피아노로 연주하거나, 감상할 때마다 마치 모차르트가 나에게 걸어와서 말을 거는 듯한 영감을 받곤 했습니다. 그동안 작곡가로서 진실되게 모든 음악을 들으려는 사람들과 이런 의사소통을 하고자 애썼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모든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3일부터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예술감독 강효)의 주행사인 개막연주회가 29일 밤 열렸다. 이날 세종솔로이스츠의 앙상블로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인 자신의 작품 ‘축복받은 자의 눈물’ 연주회가 끝난 뒤 현대음악 작곡가 리처드 대니얼푸어(54·사진)는 “나의 음악으로 청중뿐만 아니라 여러 음악 예술인과 소통하며 고민을 나눌 수 있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대니엘푸어는 뉴욕필하모닉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압솔뤼 보드카, 산타페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등과 같은 세계 주요 음악 단체로부터 위촉받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곡가이다.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한 그는 현재 커티스 음악원과 맨해튼 음대 교수로 있다.
그가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지난해 12월 미국 링컨센터 연주회에 이어 이날 두번째로 전 세계에 선보인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눈물의 날’ 가운데 마지막 8마디를 바탕으로 작곡한 곡이다.
“모차르트는 작품을 통해서 그가 하고 싶은 말을 관객에게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장송곡이 그 힘이 가장 세죠. ‘축복받은 자의 눈물’은 제가 모차르트의 곡을 들으며 받은 어떤 메시지에 답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곡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2002년 10월 베를린에서 첫 오페라 곡 <마거릿 가너>를 쓰고 있던 그는 친구인 토머스 햄프슨의 공연을 보러 오스트리아 빈으로 갔다. 공연을 보고 난 뒤 베토벤의 무덤을 찾아나선 그는 길을 잃고 방황하다 넘어졌는데, 다시 일어나 보니 눈앞에 모차르트의 묘비가 있었다. 뒤이어 베를린으로 돌아가는데 시속 200마일이나 되는 폭풍우 때문에 비행기가 흔들려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1시간반 동안 비행기 속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선을 맛보면서 모차르트 장송곡의 일부인 ‘축복받은 자의 눈물’의 멜로디가 계속 들려왔습니다. 그때 문득 아마 모차르트도 마지막으로 장송곡을 쓰면서 그런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새달 5일 저녁에도 알펜시아콘서트홀에서 자신이 1991년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시집’ 중 6개의 소네트를 바탕으로 작곡한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1권’을 한국 초연으로 들려준다. 소프라노 한명을 포함한 열명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약 30분짜리 곡으로 그가 지난 20년간 작곡한 곡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실내악곡이다. 그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즐길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언젠가 음악대학 교수들이 작곡가 스트라빈스키(1882~1971)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가 ‘싱앤댄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음악은 노래가 있어야 하고 그것에 맞춰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은 제 음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의사소통이고 제 음악적인 바탕인 ‘하모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작곡의 영감을 묻자 “영감만으로 작곡을 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나는 매일 아침 밭을 매고 농작하는 ‘음악의 농부’라고 생각한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평창/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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