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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2 19:58 수정 : 2010.08.02 19:58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마지막날 밤. 엠넷미디어 제공

펜타포트·지산 합쳐 10만명 이상 자유와 일탈 만끽
비슷한 시기에 몰려 주최쪽·관객 모두 손해 아쉬움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땀이 솟았다. 한여름 불볕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곳엔 태양보다 뜨거운 젊음과 열정, 그리고 로큰롤이 있었다.

두주 연속 록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7월23~25일 인천 드림파크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과 7월30일~8월1일 이천 지산리조트에서 펼쳐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이다. 펜타포트에는 3만명이, 지산에는 7만9천명이 다녀갔다.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록 페스티벌을 즐긴 것이다.

그곳은 해방구였다. 사람들은 틀에 박힌 일상에서 탈출해 자유와 일탈을 즐겼다. 즐기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추는 사람, 흥에 취해 모르는 이들과 몸을 부대끼고 기차놀이를 하는 사람, 돗자리를 펴고 누워 여유로이 음악을 곱씹는 사람, 물총을 쏘고 비눗방울을 날리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사람…. 개성 넘치는 옷차림, 가발, 가면 등도 페스티벌을 풍요롭게 했다. 단지 음악만이 아니라 페스티벌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국내 록 페스티벌이 걸어온 길은 자갈밭이었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야심차게 출발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기습폭우로 도중에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트라이포트는 더는 열리지 않았다. 2006년 트라이포트가 펜타포트로 이름을 바꾸고 7년 만에 부활했으나 또다시 내린 비로 공연장은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했다. 이조차 즐겁게 받아들인 관객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2009년에는 주최 쪽 갈등으로 두 개의 페스티벌로 쪼개졌다. 펜타포트와 지산이 같은 날 나란히 페스티벌을 강행하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였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엠넷미디어 제공

다행히 올해는 두 페스티벌이 일주일 차이를 두고 열리게 되면서 상황이 나아졌다. 펜타포트는 송도에서 잔디가 깔린 드림파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진흙탕’ 이미지를 벗었다. 탁 트인 잔디밭, 깨끗한 부대시설 등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는 지산은 올해 음악전문 기업 엠넷미디어가 주최사로 나서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록 페스티벌 문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협소한 국내 록음악 시장에서 엇비슷한 페스티벌이 같은 시기에 몰린 점은 주최 쪽과 관객 모두에게 손해일 수밖에 없다. 급기야 오는 6~8일 임진각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판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취소되기도 했다. 주최 쪽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데다 티켓 예매도 상당히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록 페스티벌과 연계해 출연진을 섭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가 시기를 옮기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한 일부 페스티벌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지산을 찾은 장아무개씨는 “결국 안에서 비싼 음식을 사 먹으라는 얘긴데, 자기 돈 내고 온 관객이 왜 권리를 침해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이 터져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행사장 안팎의 바가지 상흔도 ‘한철 축제니까’ 하고 넘기기엔 도가 지나쳤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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