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14 22:42
수정 : 2010.09.1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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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릴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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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뮤지션 릴 존 18일 내한공연
미국의 힙합 뮤지션 릴 존(사진)이 오는 18일 저녁 7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안 올팍 축구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미국 남부 힙합에 뿌리를 둔 릴 존은 프로듀싱도 하고 괴성을 지르며 가끔 랩도 한다. 그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다. 바로 힙합 하위 장르 중 하나인 ‘크렁크’다. 크렁크는 드럼 머신으로 찍은 싸구려 질감의 드럼 세트, 묵직한 베이스 라인, 말초신경을 긁는 신시사이저, 선동적인 샤우팅 등으로 완성된다. 릴 존은 이 크렁크 위에서 거친 마초 본성으로 클럽을 불사르며 경력을 쌓아왔다.
1997년 데뷔 이후 2002년까지 그는 그저 그런 ‘로컬’ 뮤지션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인생에 한번의 기회는 오는 법. 2003년 릴 존에게도 ‘쨍하고 해뜰 날’이 찾아왔다. 네번째 앨범 <킹 오브 크렁크> 수록곡 ‘겟 로’가 차트와 클럽을 휩쓸며 대박을 친 것이다. 릴 존은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일약 발돋움한다.
‘겟 로’의 히트는 크렁크 붐을 의미했다. 실제로 2003~2006년 크렁크가 힙합의, 아니 팝의 대세를 이뤘다. 릴 존은 밀려드는 작업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릴 존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맙 딥이나 스눕 독 같은 뮤지션도 그에게 손을 벌렸다. 또 릴 존은 아르앤비(R&B)에 크렁크 요소를 가미한 크렁크앤비(Crunk&B)라는 갈래를 새롭게 만들어내며 여성 가수 시아라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이 모든 것의 정점은 어셔와 작업한 ‘예!’였다. 릴 존의 비트, 어셔의 보컬, 루다크리스의 랩,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이 곡은 어셔의 네번째 앨범 <컨페션스>의 첫 싱글로 히트하면서 앨범을 무려 2000만장이나 팔아치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유행은 바뀌고 또 바뀐다. 크렁크의 세가 시들면서 릴 존은 다시 주류에서 밀려났다. 2005년부터 작업에 들어간 새 앨범 <크렁크 록>은 이러저러한 사정 끝에 올 6월에서야 발매됐고, 대중의 반응은 예전처럼 뜨겁지 않다. 지금의 릴 존은 흡사 다시 로컬 뮤지션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릴 존은 여전히 릴 존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었을 뿐 여전히 힙합 야수고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니 우린 그저 공연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예~!” (02)543-0816.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 사진 아이두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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